매일신문

[사랑한데이] 옛 이웃집 살던 부부 농산물 가득 안고 깜짝 방문

♥ 옛 이웃집 살던 부부 농산물 가득 안고 깜짝 방문

지난 밤 꿈자리가 좋지 않았지만 평소와 같이 산책을 나섰다. 산책 중에 전화가 울렸다. 10여 년 전, 대구 인근지역에서 3년 6개월 정도 전원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인연으로 지금까지 알고 지내는 인심 좋은 부부였다. 그 당시 크지는 않은 대추밭을 구입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농사를 지어 주는 분이다. 아이들 교육 문제로 대구로 다시 이사 나왔지만 매년 가을이면 그 밭에서 수확한 대추를 맛볼 수 있다. 오늘도 그런 날이다. 저녁시간쯤에 도착하겠다는 말에 오는 길에 제과점에 들러 그 분들과 이웃 분들께 드릴 빵을 사왔다.

저녁 여섯시가 되니 아파트 가까이 와 있다며 동 호수를 묻는 전화가 왔다. 사람에 대한 배려와 정이 많은 분들이라 그들을 맞는 내 마음도 기뻤다. 차 뒤 트렁크에서 무 한단을 꺼내어 내게 안겨주었고, 나머지 쌀과 대추는 두 분이 나누어 안고 들어왔다. 가까운 식당에서 식사를 대접하고 자취하는 딸집에도 가봐야 한다기에 주차장까지 배웅을 했다.

무청은 시래기를 만들고 어린 동자승같이 앙증스럽고 윤기 나는 무는 동치미를 담그기로 했다. 사계절 중에 무가 가장 맛있을 때 우리 집으로 들어온 무는 나에게는 특별했다. 무 한 아름을 다듬었지만 흙과 먼지 외에는 아무 것도 버릴 것이 없었다.

두 분은 무와 대추, 쌀을 가져다주고 갔지만 내 마음에는 훈훈하고 따뜻한 정이 함께 들어 와 늦가을이 춥지 않았다.

임명애(대구 수성구 신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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