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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당첨자=김수진(대구 동구 율하동)
다음 주 글감은 '독서의 계절, 추천 도서는…Ⅱ'입니다
♥ 책장구석 먼지 쌓인 책들 아무거라도
어릴 적부터 난 누구 못지않게 책을 많이 접하며 살았다. 그렇다고 해서 집안이 부유하다든가 책이 많아서는 결코 아니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은 곤궁한 살림에 세 끼 끼니를 걱정하는 집안이다 보니 동화책에 소설책은 언감생심 교과서조차 형에게 물려받는 처지였다. 그래도 난 많은 책을 접할 수 있는 길이 있었다. 그건 학교에 마련된 도서관이었다. 도서관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조웅전, 전우치전, 유충렬전, 사씨남정기' 등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다. 날이 다 저물어 집으로 돌아가면 농사일은 거들지 않고 매양 놀러만 다닌다고 아버지께 꾸중을 듣는 날이 다반사였지만 그래도 난 책 읽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이후 고등학교 시절에는 학교 공부는 뒷전으로 하고 추리소설인 'ABC 살인사건' '법창야화', 무협소설인 '소설 영웅문' 등 잡다한 책을 읽느라 부모님과 주위 친구들의 눈총을 받았다. 하지만 난 늘 습관처럼 책을 찾았고 지금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간혹 술자리에서 만난 친구들이 "야 너는 집에 가면 뭘 하고 지내냐" 하고 물어 올 때면 "뭘 하기는 뭘 해! 그냥 책이나 읽다가 잔다"라고 말하면 친구들은 이 나이에 별 희한한 놈 다 본다는 표정이다.
난 특별히 제목을 지칭해서 추천 도서를 권하고 싶지는 않고 어느 책이든 읽기를 권하고 싶다. 가정마다 커다란 장식장 가득, 수십 권의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있다. 자식을 위해서 또 나를 위해서 사들인 책들이 몇 년간 돌보지 않아 먼지를 고스란히 덮어쓰고는 거실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집이 부지기수다. 그들 책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와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을 권해 드리고 싶다. 그 책의 제목이 '심청전' '춘향전'이라도 좋고 나아가 현대문학이라도 좋고 삼국지라도 좋다. 더불어 책을 손에 쥔 지 수분 만에 그 책을 베개 삼아 잠에 빠질지라도 모든 사람들이 무시로 손에다 책을 잡아서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원선(대구 수성구 중동)
♥ 우리 부모들의 이야기 '아버지' '엄마를…'
이 가을에 난 오래전에 읽었던 김정현의 '아버지'란 책을 다시 보게 되었다.
얼마 전에 읽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보고 나니 문득 아버지 생각이 떠올라 다시 한 번 보게 되었다. 이 시대의 아버지들의 애달픈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주었다는 데 고마움을 느낀다. 가족 구성원 누구도 아버지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고, 최후의 순간까지 가족을 위해서 자존심을 버리고 버티는 아버지. 가족을 위해서 모든 걸 희생하면서도 그 때문에 가족과 멀어질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가슴을 짠하게 한다.
엄마가 실종되고 나서야 엄마를 다시 생각하는 '엄마를 부탁해'는 숨쉬는 공기처럼 항상 그 자리에서 자식들의 버팀목으로 살 것 같은 우리네 엄마들의 이야기이다. 삶의 희망이자 현실인 자식들. 엄마는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은 없고 온전히 자식들의 삶만이 남아있다.
어려운 역경을 감내하면서 가족을 지켜낸 어머니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책 속 곳곳에서 만나는 엄마는 내 엄마의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 커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모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과연 가능한 일이었겠는가?
망각하지 말자. 착각하지 말자. 잊은 채로 살고 있지만 부모님은 영원히 그 자리에 계셔주지 않는다. 이 가을에 소설 속에서라도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를 한번 만나보고 푹 빠져보자. 그리고 부모님의 고마움도 뼈저리게 느껴보자.
나부터라도 계시지 않은 아버지 몫까지 엄마께 해드려야지 하면서도 엄마에겐 온갖 투정 온갖 역정을 부리고 아직까지도 화풀이 대상은 엄마다. '엄마를 부탁해'의 주인공 엄마는 내 어머니고 '아버지'의 주인공도 내 아버지다. 우리 모두가 그 주인공의 자식이 되어 어머니 아버지를 생각하며 낙엽 떨어지는 이 가을에 푹 빠져보자.
권일지(대구 달서구 본리동)
♥ 한 자연주의 부부의 생활방식 '조화로운 삶'
독서의 계절인 가을, 신간은 아니지만 몇 년 전에 감명 깊게 읽었던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이 쓴'조화로운 삶'을 추천하고 싶다. 헬렌 니어링은 예술을 사랑하는, 뉴욕 박애주의자 집안에서 태어났고 바이올린을 공부했으며 명상과 우주의 질서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스코트 니어링은 펜실베이니아의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할아버지가 경영하는 광산에서 가난한 노동자들에 대해 깨우치고 노동을 착취하는 것에 반대하는 운동을 하다가 해직된 뒤 정치학 교수와 예술대학장을 맡았으나 제국주의 국가들이 세계 대전을 일으킨 것에 반대하다가 다시 해직됐었다.
스코트에게 가장 힘든 시절,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기 시작했고 자본주의 경제로부터 독립하여 자연 속에서 자기를 잃지 않고 사회와 조화롭게 살기를 실천했다. 헬렌과 스코트 니어링 부부의 삶은 어쩌면 우리가 꿈꾸고 있는 삶일지도 모른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 모든 걸 자급자족하는 일, 그것이 가능하다면 이윤추구의 경제 원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두 사람의 이론처럼 살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유진(대구 북구 복현2동)
♥ 삶은 짧은 꿈이런가 '그것은 꿈이었을까'
은희경의 '그것은 꿈이었을까'를 처음 손에 잡은 날은 뼛속까지 시린 한기를 느끼게 한 초겨울이었다. 나는 지금도 도서관에서 이 책을 잡은 것은 내가 책에게로 간 것이 아니라 책이 내게로 왔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몇 번이나 반복해서 책을 읽으며 감동했던 것이다.
책 속의 주인공인 준은 요즘 세상에서는 보기 드문 담백한 청년으로 의학도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간소한 삶이 간편한 삶이라고 규정짓는 남자이다. 그에게 있어서 단 하나의 친구는 바로 '진'이다. 진과 그는 의대에서 '하품하는 쌍둥이'로 불리고 있다. 그의 친구인 진과 함께 '레인 캐슬'이라는 고시원으로 공부를 하러 가면서부터 그의 삶의 방식은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그 곳에서 기묘한 체험을 통해 한 여자를 만난다. 그녀는 갑자기 사라졌다가 갑자기 튀어 나오는 미확인 물체처럼 언제나 꿈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서 준에게 나타난다. 준은 끊임없이 그녀를 갈구하지만 대부분의 시간들을 불확실한 꿈속에서 함께한다.
이 책은 꿈의 이야기다. 나는 반복해서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여자는 바로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때론 악몽 같기도, 때론 환상 같기도 한 꿈을 닮았다. 주인공은 그녀를 보기 위해 잠을 자지만 막상 꿈에서 그녀를 만나면 도망친다. 달콤한 목소리와 육체에 취했다가도 어느새 악몽에서 벗어나려는 것처럼 도망치고 있는 자신을 보며 혼란스러워한다.
우리의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닐까.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길 원하지만 때로는 현실 속에서 도망치길 원한다. 그래서 삶은 짧은 해프닝의 연속이다. 은희경의 소설을 읽으면서 책 속의 주인공들이 나와 비슷한 고독을 경험하는 것 같아 매번 읽을 때마다 신선한 샐러드를 한 입 베어 문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 해 겨울 내게 손난로와 같은 따뜻함을 선물해 준 책이다.
성혜진(대구 수성구 지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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