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사는 집은 산속 외딴 황토집이다. 그 집에 가려면 포장되지 않은 산길을 넘어야 한다. 시인은 몸이 좋지 않아 몇 해 전부터 이곳에 살고 있다. 찾아오는 사람은 드물고 바람소리 새 소리만 들린다. 눈 내리는 날, 비 내리는 날, 칼바람이 부는 날 이곳에 오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 외딴 곳에 무시로 찾아오는 집배원이 있다. 우표가 붙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갖다 준다. 충북 보은우체국 길만영씨다. 그는 언제나 웃는 얼굴이다. 전기요금 고지서 한 장 건네주려고 그 먼 길을 오고도 웃는다.
산골짜기로 난 길을 다니다 보니 그는 어디에 어떤 약초가 있는지 잘 안다. 집배원 생활을 하는 동안 산삼을 70뿌리 가까이 캤다고 한다. 그 산삼을 팔아서 부자가 됐을성싶지만 그렇지 않다. 그렇게 캔 산삼을 이웃의 아픈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암에 걸린 사람에게, 풍을 맞은 사람에게, 대학병원에 오래 입원해 있는 사람에게, 이웃의 노인에게….
길만영씨는 산동네에 사는 노인들의 약 심부름도 하고, 화장지나 음식물도 대신 사다 드린다. 안 해도 누구하나 나무랄 사람이 없다. 그는 평범한 집배원이며 동시에 작은 일의 기쁨을, 직업의 소중함을 이웃들에게 알려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오늘도 그를 맞이하는 사람들은 우편물이 아니라 삶의 기쁨을 맞이한다. -도종환 시인의 '우리동네 심마니 집배원' 요약-
'참 아름다운 당신'은 도종환 시인을 비롯해 공선옥, 박정애 등 작가 13인이 자기 주변의 아름다운 이웃을 소개한 책이다. 열세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한 삶 속에서 보여주는 평범하지 않은 행복한 이야기, 아름다운 이야기들이다. 248쪽, 1만원.조두진기자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지방 공항 사업 곳곳서 난관…다시 드리운 '탈원전' 그림자까지
김진태 발언 통제한 李대통령…국힘 "내편 얘기만 듣는 오만·독선"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
정동영 "'탈북민' 명칭변경 검토…어감 나빠 탈북민들도 싫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