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작영화리뷰]'트와일라잇'2부 '뉴 문'

인간·뱀파이어·늑대인간 3각관계

'트와일라잇' 시리즈 4부작 중 2부인 '뉴문'(New Moon)이 개봉했다. 시리즈는 지난해 개봉한 1편 트와일라잇에 이어 올해 2편 뉴문, 그리고 3편 이클립스, 4편 브레이킹 던으로 이어진다. 일단 해외 반응은 상당히 뜨겁다. 개봉 첫날 하루 만에 7천270만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전편 '트와일라잇'의 2배가 넘는 기록이자 2008년 '다크 나이트'가 세운 '역대 최고 개막일 수익'마저 깨버렸다. 주말 사흘간 벌어들인 수익은 1억4천70만달러. 역대 첫 주 수익만 놓고 보면 '다크 나이트', '스파이더맨 3'에 이어 3위다.

하지만 흥행 수익을 떠나 국내 팬들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평점은 6점대로 추락했다. '뉴문'의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관객들은 허탈한 듯이 "이게 끝이야?"라고 수근거렸다. 하긴 끝이라기보다는 후속편에 대한 예고인 셈이기 때문에 관객들의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적 완성도를 놓고 볼 때 관객들은 허탈감을 느낄 만 하다. 오죽하면 미국의 '시카고 타임스'는 "차라리 1편을 두 번 보라"고 할 정도로 이번 영화 '뉴문'에 대한 낮은 평가를 내렸다.

◆'반지의 제왕'이 그립다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특히 방대한 스케일의 판타지 소설의 경우 영화는 헉헉거리게 마련이다. 복잡한 서사구조를 이해시켜야 하기 때문에 함부로 소설 속 내용을 뺄 수도 없다. 스토리를 다 집어넣자니 상영시간 제한 때문에 답답하다. 억지로 집어놓고 나면 줄거리만 대충 담은 덜 떨어지는 작품이 남는다. '해리 포터' 시리즈만 해도 그렇다. 1편 '마법사의 돌'은 별다른 압축과 생략없이 영화로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소설의 길이는 2, 3배 길어지고 내용도 복잡해졌다. 결국 소설을 읽은 관객은 그저 눈으로 줄거리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고, 미처 책을 보지 못한 관객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야?"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런 점에서 '반지의 제왕'은 더욱 눈부시다. 작품 속에서 '중간대륙'이라는 상상의 세계를 완성한 저자 톨킨의 원작도 우수했지만, 적절한 생략과 강렬한 비주얼,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 배정 등을 통해 감독 피터 잭슨은 '영화 속 중간대륙'이라는 새로운 세계의 구축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뱀파이어에 대한 기존 인식을 깨버린 스테파니 메이어의 판타지 소설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어떨까?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에 비해 소설의 전체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인간 벨라와 뱀파이어인 에드워드, 늑대인간 제이콥이 주인공. 첫 편 '트와일라잇'에서는 벨라가 에드워드의 존재와 그가 속한 컬렌 가문의 비밀을 알아내는 과정이다. 에피소드로 인간 사냥꾼 뱀파이어가 등장하고, 이들을 컬렌 가문 사람(컬렌 가문은 인간의 피 대신 동물의 피로 연명하는, 일종의 '채식주의자'인 셈이다) 들이 물리치고 벨라를 지켜준다는 내용이 들어간다.

◆'뉴문'은 완성편이 아닌 과정일 뿐

2편인 '뉴문'에는 늑대인간 제이콥이 전면에 나선다. 인디언 퀼렛족의 후예인 제이콥. 퀼렛족은 뱀파이어로부터 인간을 지키기 위해 늑대인간이 된 종족이다. 뱀파이어인 에드워드는 벨라가 자신들과 함께 지내는 이상 안전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어느 날 홀연히 절교를 선언하고 떠나버린다.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서로에게 끌렸던 벨라와 에드워드. 텅 빈 허전함을 견딜 수 없던 벨라에게 제이콥이 다가선다. 결국 2편은 인간을 사이에 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3각 관계의 서막인 셈이다. 에피소드로는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퀼렛족의 비밀이 드러나는 것과 벨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착각한 에드워드가 자신도 목숨을 버리기 위해 이탈리아로 간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탈리아에 사는 볼투리 가문. 이들은 뱀파이어 세계의 왕족인 셈이며,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뱀파이어 세계의 규율을 지켜나간다. '뉴문'에서는 벨라와 볼투리 가문의 만남, 그리고 벨라를 살려두는 조건으로 조만간 그녀를 뱀파이어로 변화시킬 것을 요구하는데서 끝난다. 3편 '이클립스'에서는 컬렌 가문 사람들이 뱀파이어로 변하게 된 사연을 들려주고, 마구잡이 인간사냥을 하는 신생 뱀파이어와의 대결이 펼쳐진다. 4편 '브레이킹 던'은 결국 뱀파이어로 변한 벨라가 에드워드의 아기를 낳게 되고, 마지막에 볼투리가를 상대로 일전을 벌이게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줄거리는 이미 인터넷에 다 올라와 있다.

◆아쉬움 속에 남는 기대감

문제는 소설의 진행상 회를 거듭할수록 등장인물이 많아지고 관계가 복잡해지는데 과연 영화가 이를 소화해낼 수 있느냐는 것. 이미 '뉴문'에서 영화는 벅차 보인다. 2시간10분에 이르는 상영시간이 길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영화가 너무 재미있어서라기보다는 뻔한 결론으로 이르는 과정이 감질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실 원작 소설도 그런 측면이 많다. 독자를 감질나게 한 것이 작가의 기교라면 높게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지나치게 길다. 특히 마지막 4편 '브레이킹 던'은 독자들과 인내심 대결을 벌이는 것 같다. 뱀파이어 아기가 벨라의 뱃속에서 나오기까지 과정이 수십 페이지에 걸쳐 나온다. 소설은 흥미진진하지만 막판에 짜릿한 전율을 느끼기까지 독자들은 적잖은 인내심의 소진을 각오해야 한다. 사실 2편 '뉴문'을 보고난 관객들이 "이게 끝이야?"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는 것은 앞서 기다림에 대한 보상이 그만큼 적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마치 뭔가 보여줄 듯 말듯 애만 태우다가 끝난 것처럼 여겨진다.

TV 영화 관련 프로그램에서 볼 만하다고 평가했던 '늑대인간' 장면도 이미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색다를 게 전혀 없었다. 온갖 외계 생물체에다 중생대 공룡이 뜀박질하는 장면까지 본 관객들이 곰만큼 덩치 큰 늑대를 보고 입을 떡 벌리며 감탄할 리는 없다. 아울러 앞서 책을 먼저 읽었던 독자 중 한 사람으로 느끼는 아쉬움 하나. 주인공들이 생각보다 멋지지 않다. 그리스 조각상처럼 뽀얀 대리석 미남, 미녀로 구성된 컬렌 가문을 생각했지만 별스런 감흥이 없다. 차라리 늑대인간으로 나오는 제이콥의 잘 다듬어진 몸매는 여성 관객들이 "멋있다~"며 수근댈 정도였다. 마지막에 에드워드가 죽음을 맞기 위해 찾아간 이탈리아 도시 몬테 폴치아노도 인상적이다. 중세 건물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도시의 풍경과 축제를 맞아 온통 빨간 망토를 차려입은 시민들이 주는 시각적 즐거움은 소설로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국내 극장가에도 '뉴문'의 돌풍이 이어질 지는 의문. 하지만 속편이 기다려지는 것은 사실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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