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동남아 출신 여성 수십만 명이 한국 농촌에 시집와 혼혈아를 출산하면서 단일 민족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한국이 이들을 매끄럽게 흡수해야 하는 어려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다문화가정 이야기가 미국서도 뉴스거리인 모양이다. 다양한 인종'문화가 뒤섞인 나라 미국을 뜻하는 '멜팅포트'(melting pot'도가니)라는 말처럼 미국은 잡다한 사람들이 모인 나라이기 때문이리라.
현재 국내에는 110만 명의 외국인들이 살고 있다. 전체 국민의 2.2%다. 한국인과 결혼한 다문화가정도 16만7천여 명(가구)이다. 이들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2세도 10만7천여 명에 이른다. 한국의 19세 미만 청소년 1천200만 명의 1%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들은 취학과 진학'취업'결혼과 함께 사회에 진출할 터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어떨까. 권정생의 '몽실언니'는 '혼혈아'에 대한 인식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검둥이 새끼구나. 어느 나쁜 엄마가 내다 버린 거야!" 검둥이 갓난아기는 조그만 까만 주먹을 꼭 쥐고 줄곧 울었다. "에잇, 더러운 것!" 어떤 남자가 침을 뱉으며 발길로 찼다. 아기가 자지러지게 울었다. "안 되어요!" 몽실은 저도 모르게 몸을 아기 쪽으로 가리고 섰다. "비켜! 이런 건 짓밟아 죽여야 해!" "화냥년의 새끼!"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침을 뱉고 발로 쓰레기 더미를 찼다. 몽실은 다급하게 아기를 덥석 보듬어 안았다. 강아지처럼 새까만 덩어리가 손에 말캉거리며 잡혔다. 몽실은 재빨리 아기를 안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엾은 검둥이 아기는 얼음처럼 싸늘하게 식은 채 죽어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영화 '머나먼 송바강'에서도 읽을 수 있다. 베트남전에 파병된 황 병장은 사랑하는 베트남 여성에게 "한국에 데려가면 엄마가 기절할 것이다"고 고백한다. 3대독자인 자신이 베트남 아가씨와 결혼할 경우 낳게 되는 2세가 '잡종'이기 때문이었다.
마침 다문화가정 2세의 성장'결혼을 둘러싼 갈등과 고민을 다룬 뮤지컬 '낙동강 며느리 투이(水)'가 공연돼 관심을 끌고 있다. 3일부터 6일까지 구미 문화예술회관에서 선보이는 이 뮤지컬에서 철수는 가영이와 결혼하려 하나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에 부닥친다. 이유는 가영이가 결혼 이주해온 베트남 여자 투이의 딸이기 때문.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성공하지만 '혼혈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극복해야 할 '도전'이란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인열 중부지역본부장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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