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검은 사각형
작가:카지미르 말레비치(Kasimir Malevitch:1878.9~1935)
제작연도:1913년(?)
재료:캔버스 위에 유채
크기:106.2×106.5㎝
소재지:러시아, 페테르부르크, 주립미술관
칸딘스키와 몬드리안이 각각 뮌헨과 파리에서 추상회화라는 새로운 영역의 개척에 몰두하고 있을 때 가장 전위적인 예술운동이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문화적으로 가장 후진국 취급을 받던 러시아에서 일어난다. 러시아의 20세기 초는 정치, 사회, 예술 등을 망라하는 전반적인 변혁의 시기였다. 사회구조는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급속하게 변모하고 있었으며, 새로운 세계를 열망하는 인텔리겐치아(intelligentsia)는 전제 군주제를 무너뜨리고 사회주의 공화국체제를 건설하였다. 이러한 변화에는 예술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추어 예술이 사회 속에서 갖는 기능이나 예술가의 지위뿐만 아니라 예술의 존재 자체까지도 의문의 대상이 되었으며, 새로운 세계의 출현에 걸맞은 새로운 조형세계의 창조가 보다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또한 새로운 양식에 대한 대중의 몰이해에 직면한 화가들은 조형적인 연구 못지않게 그 창조적 의미를 설명할 이론적 연구를 병행해야 하였으며, 이러한 현상은 오늘날까지 현대미술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가 된다.
이 그림은 소위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대표적인 리더인 말레비치가 1913년에 제작하였으며, 따라서 이때부터 절대주의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하는 작품이나, 사실 이 작품이 처음으로 공개된 해는 1915년이다. 흰색의 바탕 위에 그가 원형 및 십자형과 함께 화면구조의 기본적인 형이라고 선언한 정사각형이 꽉 차는 느낌을 주며 버티고 있다. 몬드리안의 작품보다도 더 단순하다. 결국 이 작품에 대한 이해도 몬드리안의 경우처럼 작가의 의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무엇을 그린 것일까?
몬드리안과 마찬가지로 말레비치가 추구한 것도 그가 '절대'(絶對)라고 명명한 진정한 리얼리티, 즉 신지학적(Theosophy)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는 초월적 리얼리티의 회화적 현현(顯現)이었다. 몬드리안의 리얼리티는 관찰하는 주체로서의 작가와 관찰당하는 객체로서의 세계라는 주객의 관계에서 합리적인 방법에 의해 파악되는 것이라면 말레비치의 그것은 작가인 '나'를 비롯한 모든 존재를 포함하는 '하나의 전체'이기 때문에 이는 오로지 직관에 의해서만 파악될 뿐이다.
이 리얼리티는 회화상에서는 외계의 방해에서 벗어난 순수회화, 즉 추상회화로 구체화된다. 다시 말하자면 순수회화와 리얼리티는 동질(同質)이며 동가치(同價値)이다. 이 경우 회화는 완벽하게 자율적이 되며 외계의 형상을 빌리지 않고 우주와 직접적인 관계를 가진다. 결국 말레비치의 이 작품은 당시의 정치 사회적 분위기와 신지학에 기반을 둔 철학적 논리, 거기에 창조적인 조형적 연구가 결합한 것이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권기준 대구사이버대 미술치료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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