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팔순아버지 보은의 장학금…교장 출신 추연규씨

"5남매 반듯하게 잘 가르쳐준 학교에 감사합니다"

추연규(왼쪽)씨가 15일 대구 서부초등학교 권혁낙 교장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추연규(왼쪽)씨가 15일 대구 서부초등학교 권혁낙 교장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5남매를 반듯이 키워준 초교에 특별한 장학금···"반듯한 학생에 전해 달라"

"내 자식들을 반듯한 사회인이 될 수 있도록 가르쳐 준 초등학교에 감사드립니다. 내 아이들의 후배이자 우리 사회의 미래가 될 아이들을 반듯하게 가르치고 기르는데 써 주십시오."

추연규(84·전 경복중학교 교장)씨가 15일 자신의 자녀 추인숙(58), 국희(56), 응식(54), 명희(52), 도식(50) 등 5남매를 반듯하게 교육시켜 준 대구 서부초등학교(교장 권혁낙)에 장학금 2천만원을 전달했다.

5남매 중 막내 도식씨가 졸업한 것이 37년 전이고, 장녀 인숙씨가 졸업한 것은 45년 전이다. 까마득한 옛날 일이지만 오늘 날 자신의 자녀들이 반듯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돼 준 학교에 특별한 감사를 전한 것이다.

장학금의 목적도 특별하다. 흔히 장학금이라면 공부 잘하는 학생, 가난한 집 학생들에게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추씨는 "품행이 반듯한 아이, 가정이 화목한 아이들에게 지급해 달라"고 장학금의 목적을 밝혔다.

추씨의 셋째 응식씨는 "아버지는 평생 근검절약을 생활 신조로 삼으셨다. 중국집 음식을 배달주문 해 먹을 때 단무지나 양파, 춘장이 남으면 결코 버리지 않았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알뜰히 드셨다"며 "이번에 전달하는 장학금은 비록 적은 액수지만 검소한 생활로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의 엄격한 습관을 이어받은 응식씨는 대학교수 신분임에도 도시락을 싸갖고 다닌다고 했다. 응식씨는 "아버지는 철저하게 근검절약했지만 옛날부터 집에 거지가 찾아오면 단 한번도 빼놓지 않고 밥상을 차려 줄 만큼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깊었다"고 덧붙였다.

학교 수업을 못 믿어 이중 삼중으로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요즘이다. 학교 숙제는 안 해도 학원 숙제는 밤 새워가며 해 가는 아이들도 많다. 학교 선생님이 아이를 꾸중하기라도 하면 학부모가 찾아가서 따진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학교 선생님 말씀은 뒷전이고 학원 선생님 말씀에만 귀 기울이는 학부모도 있다.

추씨는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이 서야 사회가 바로 선다. 가정과 학교가 서로 믿고 힘을 합쳐 우리 아이들을 반듯한 사회인으로 길러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한 추씨는 젊은 시절 한때 서부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다. 아버지와 자녀들이 모두 서부초등학교와 인연을 맺은 것이다.

서부 초등학교는 "6학년 학생들 중 품행이 반듯하고 가정이 화목한 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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