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욕 뉴욕]최준용의 인턴십 다이어리-#11. 현지 가정집의 초대

이국 가정에서 한나절…문화'정서적 이해 도움

뉴욕에 온 후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내가 다닐 현지 교회를 찾는 일이었다. 이곳에 한국인이라고는 한국말을 잘 못하는 교포 2세 2, 3명이 고작이고, 대부분 구성원이 현지인이다. 교회를 다니려 한다는 얘기를 하자 주변에서는 이런저런 교회를 추천해주었지만 대부분 한인교회였다.

뉴욕에 오면서 한 가지 결심한 것은 교회만큼은 한인교회가 아닌 현지 교회를 다니겠다는 거였다. 물론 한인교회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짧은 기간이나마 현지 교회의 문화를 느끼며 현지인들과 조금 더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교회를 다니기로 했다. 내가 다니는 교회는 'First presbiterian Church'라는, 한국말로 하면 제1장로교회쯤 되려나?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교회는 몇 년 전만 해도 신도들이 아주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젊은이들이 다른 나라, 다른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교회에 남은 사람들은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교회에 나타나자, 교회에서는 보기 드문 동양인이다 보니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다. 특히 비교적 젊은 데이비드(David)와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초등학교 체육 보조교사라는 그는 부인과 인형처럼 예쁜 딸들과 함께 교회에 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나를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Thanks giving Day 때 칠면조 요리를 먹지 못한 나에게 꼭 칠면조 요리를 먹이고 싶다며 일요일 점심 식사를 함께 하자고 한다. 먼 이국 땅에서 나를 생각해 주는 그의 마음이 너무도 고마웠고, 사실 칠면조 요리가 먹고 싶기도 했기에 흔쾌히 초대를 수락했다.

초대받은 날, 함께 초대받은 일행과 함께 교회 활동이 끝나고 데이비드의 집으로 향했다. 문이 열리고 우리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그 집의 애완견들. 데이비드 네 식구와 더불어 네 마리의 고양이, 두 마리의 애완견들까지, 실로 대가족이었다. 보통 개나 고양이 한두 마리를 키우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개와 고양이들이 마구 뒤섞인 집안 풍경은 참 생소했다. 특히 그 애완견들은 사람 나이로 따지면 할아버지 격으로, 열세살이 넘었다고 한다. 어쩐지 움직임이 많지 않고 천천히 움직였다. 듬성듬성한 색바랜 털들이 지나온 세월을 대변해 주는 듯했다.

그 집은 이미 크리스마스 장식들로 가득했다. 특히나 장식들 중에는 데이비드의 부인인 제시카가 직접 만든 것들이 많았다. 그녀는 크리스마스 장식뿐만 아니라 각종 장신구를 만들어서 파는 홈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한다.

교회에서 제시카가 보이지 않기에 왜 안왔었냐고 물으니 칠면조 요리 때문이란다. 요리시간만 최소 6, 7시간이 걸리고 수시로 칠면조의 상태를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자리를 뜰 수 없었노라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왠지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제시카가 정성들여 차린 식탁에 앉았다. 커다란 칠면조의 다리를 씩씩하게 뜯어서 나에게 올려준다. 칠면조 국물로 만든 소스에 찍어 크렌베리 소스까지 곁들여 먹으니, 텁텁할 줄 알았던 칠면조 고기가 매우 부드럽게 넘어갔다. 곁들여 나온 음식으로는 고구마를 잘라 그 위에 마시멜로를 얹어 오븐에 구운 요리도 나왔다. 이건 좀 많이 달았지만 역시 맛있었다. 미국 음식은 가끔씩 적응되지 않을 정도로 달거나, 짠 경우가 있다. 음료수도 집에서 제시카가 직접 만든 아이스티를 내어 주었다.

정찬이 끝나고 후식으로는 우리가 한국 슈퍼마켓에서 사간 신고배를 먹었다. 그 가족들이 배를 즐겨 먹는다는 소리를 듣고 사간 것인데, 역시나 아주 좋아했다.

식사가 완전히 끝나고 간단한 테이블 게임을 하며 즐거운 오후 시간을 보냈다. 데이비드는 크리스마스 때에도 우리를 초대하겠다고 굳게 약속하시고 우리를 배웅해 주셨다.

외국에서 그들의 문화에 가장 근접할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의 집에 초대 받아가는 것이 아닐까? 책도 좋고 직장을 통한 인간관계도 좋지만 뉴요커들의 문화와 정서를 좀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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