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음식이야기]산후 미역국

피 맑게하고 모유 분비'자궁수축'지혈에 효과

출산 준비목록 1순위는? 많은 항목 중 첫번째는 미역일 것이다. 갈수록 서구화되어가는 입맛에 먹을거리 선호도도 바뀌어 가고 있지만 출산 후 산모(産母)들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고 오르는 것이 바로 미역국이다. 할머니부터 어머니, 이제 막 자녀를 낳은 딸까지, 세월이 변해도 변치 않는 최고의 산후보양식 미역국은 어떻게 대를 이어 산모들의 밥상에 오르고 있는 것일까.

▶고래가 먹은 미역=산후조리는 분만시의 상처 회복과 자궁수축, 조직의 기능회복, 충분한 모유 분비, 임신기간 중 소모된 영양소 보충 등을 위해 중요하다. 마음껏 운동도 할 수 없어, 초기에는 먹는 음식으로 영양과 수분을 공급해야 한다. 대표적 음식이 미역국이다.

미역국을 산후조리 음식으로 먹게 된 이유는 뭘까. 바다의 유일한 포유류인 고래가 새끼를 낳은 후 미역줄기를 뜯어먹는 것을 보고 산모에게 미역을 먹게 했더니 몸도 튼튼해지고 젖도 많아졌다는 옛 문헌에서 유례를 찾기도 한다. 그저 재미난 이야기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도 미역국이 산모들에게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미역은 몸안의 피를 맑게 해주고 자궁 수축과 지혈에 효과를 보인다. 특히 미역 100g당 100mg 정도 들어있는 요오드 성분은 출산시 잃어버렸던 혈액을 보충해주고 소화 흡수가 잘돼 위의 기능이 떨어져 있는 산모에게 안성맞춤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산모가 임신 중에 태아에게 많이 빼앗기는 갑상선 호르몬을 보충해주는 역할도 한다.

미역은 젖의 분비를 돕고 부종을 가라앉히는 데도 도움을 준다. 미역의 칼슘함량은 분유와 맞먹을 정도로 많다. 칼슘은 골격과 치아 형성에 필요한 성분으로 산후에 자궁 수축과 지혈 작용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미역 내의 미끈미끈한 점액질성분은 장에서 당물질과 젤을 형성, 당의 흡수를 지연시켜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에 중요한 도움이 된다. 배변을 원활하게 하는 질 좋은 식이성 섬유 알긴산도 포함돼 있으며, 혈압을 내리게 한다고 알려진 염기성 아미노산 라미닌도 함유하고 있다. 식이섬유는 소화흡수가 되지 않고 부피를 증가시켜 포만감과 배변효과도 함께 증가하므로 변비 예방에도 큰 역할을 한다. 임신전 상태로 체력을 회복해야할 산모들에게 꾸준하게 미역 섭취가 권장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부재료 활용, 찬음식은 피해야=무엇보다 산모들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인 체중감량에도 미역국 만한 게 없다. 많이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는다. 살이 찐다면 미역국에 넣는 각종 첨가제에 문제가 있다. 미네랄과 철분이 풍부한 해산물을 넣어 담백하게 끓이는 것이 좋다. 칼로리는 낮추고 영양은 높일 수 있다. 하루 세끼 똑같은 것만 먹다 보면 물릴 수 있으니 북어, 홍합 등 부재료를 활용해 국의 맛을 바꾸면 먹기 편하다.

산모에게 필요한 양질의 단백질과 칼슘 등을 공급하는 효과 때문에 사골이나 꼬리, 고기 등을 고아 만든 곰국이 보신용 음식으로 널리 애용되지만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높은 칼로리 때문에 산후 비만을 낳을 수 있다. 차가운 음식, 단단한 음식, 짠 음식, 기름기 많은 음식, 자극성 강한 음식, 카페인이 든 음식, 인스턴트 식품은 피해야 한다. 영양소 섭취를 위해 과일을 먹되 차고 단단한 과일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약해진 산모의 장기와 치아에도 좋지 않다.

영남대병원 영양팀 최지은 영양사는 "찬 음식은 혈액 순환을 방해해 소화력을 떨어뜨리고 생리기능의 회복을 더디게 한다"며 "염분이 많거나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유즙 분비와 모유 생성을 좋지 않게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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