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경북의 미래를 바꾸는 한 해가 되자

경인년(庚寅年) 새해를 맞았지만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숱한 어려움과 도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적으로도 그렇지만 대구경북 사정은 더욱 절박하다. 대구의 지역내총생산(GRDP) 꼴찌, 구미 산업단지의 추락 같은 우울한 소식을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 하는가. 이제는 경제 사회적으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기에 뚜벅뚜벅 전진하는 것만이 유일한 활로(活路)다. 지역의 미래 먹을거리 확보에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도약이냐 좌초냐 위기의 해

대구경북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機會)의 해이자 영원히 좌초할 수 있는 위기(危機)의 해이다. 지역민의 역량으로 대형 사업 유치와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에 명운을 걸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 프로젝트들의 성사 여부에 따라 지역의 미래가 달려 있는 백척간두(百尺竿頭)의 형국이다.

먼저 신년 벽두에 나올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세종시 수정안이 지역발전 프로젝트들과 상당 부분 겹치게 된다면 지역으로선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난해 유치에 성공한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를 제대로 조성하는 것도 큰 과제다. 충북 오송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해 신약 개발, 의료기기 분야를 유치해 명실상부한 첨단의료단지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야 한다. 지역민과 출향인들이 의료단지 유치 때와 같은 열정과 노력을 발휘한다면 세계적인 의료단지의 꿈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꿈을 꾸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처럼 세계적인 명품 의료단지 조성과 '메디시티 대구'의 실현은 얼마만큼 열심히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

세계적 의료단지 꿈 이뤄야

신서'김천 혁신도시 조성에도 가속도를 붙여야 한다. 공공기관들이 정부의 독려로 이전을 서두르고 있지만 앞길은 온통 가시밭이다. 혁신도시 간에 통폐합 공공기관을 놓고 쟁탈전이 치열하고 이전을 반대하는 직원들을 설득하는 일도 만만찮다. 대구경북이 혁신도시의 주춧돌을 제대로 놓아야만 지역 발전의 또 다른 축으로 삼을 수 있다. 동남권 신공항 건립도 시급하다. 정부가 지방선거 이후로 타당성 용역결과 발표를 연기했지만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다. 하늘길을 틔우지 않고는 지역의 미래가 없기에 예전 같은 소극적인 자세로는 안 된다. 분명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저돌적인 자세로 달려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 특유의 폐쇄성과 보수성을 극복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 우리끼리 마음 편하다고, 거리낄 것이 없다고 그대로 살 수는 없다. 타 지역민들이 대구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지역민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 특정 정당에 대한 지나친 편애도 그 중 하나다. 몰아주기식 표심(票心)으로는 지역의 발전과 경쟁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 특정 지역과 비교하거나 밀어줄 정당이 없다는 말도 타지역 사람들에게는 핑계거리로 여겨질 뿐이다.

혁신도시'신공항도 발전축

오는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에서도 정당, 출신, 학력이 선택에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잘 뽑은 자치단체장 1명이 도시 전체를 바꾸고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음은 타 지역에서 여러 차례 지켜보지 않았던가. 지역민을 위해 분골쇄신하고 지역의 분위기를 역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인물을 찾을 수 있는 능력도 지역민들의 경쟁력이다.

끼리끼리 문화를 없애고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을 가다듬어야 지역민들에게도 기회가 온다. 우리는 좀더 열린 자세, 넉넉한 마음으로 내년에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보수성 이미지 벗고 변해야

올해가 아니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 3년째를 맞는 해이고 정부의 활력이 최고조에 달할 때이다. 그 흐름과 분위기를 제대로 짚고 동승해야 대구경북이 한 단계 더 비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열심히 공부하면서 정신의 고삐를 바짝 잡아채는 방법밖에 없다. 예전처럼 몇몇만 배불리고 끼리끼리 나눠 갖는 분위기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그런 마음이 있다면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 그래야 대구경북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원년(元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은근함과 묵묵함이 지역민들의 기질(氣質)이 아니던가. 호랑이의 기상과 용맹은 온갖 어려움을 헤쳐나온 지역민의 기질과 가장 잘 부합하는 것이다. 몸은 진중하게 움직이고 정신은 예리하게 유지해야 지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미래를 위한 희망을 품고 힘차게 달려가는 모습으로 한 해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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