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만이라도 고국 땅을 밟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달 10일 밤 방글라데시 출신 근로자 딜립 쿠마르다스(35)씨가 경북대병원에서 신종플루로 숨졌다. 지난해 12월 28일 신종플루 확진을 받은 지 13일 만이었다.
딜립씨가 병원을 찾은 것은 지난해 12월 24일.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경주에서 용접공으로 일했던 그는 고열로 포항의 한 병원을 찾았다가 4일 뒤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폐결핵도 진행 중이었다. 경북대병원으로 옮긴 딜립씨는 10여일 고열과 싸웠지만 급성간염과 폐결핵이 겹치면서 결국 머나먼 타국 땅에서 숨을 거둔 것이다.
형이 아프다는 소식에 한국으로 날아온 동생 씨플루 쿠마르다스(24)씨는 형의 마지막 가는 길까지 편치 않아 통곡만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부모님이 "5년 동안 한국 땅에서 일하느라 얼굴도 못 봤는데 시신이라도 보고 싶다"며 화장하지 말고 보내주기를 신신당부했지만 비행기삯은커녕 밀린 병원비조차 감당할 수 없는 사정이다. 372만원의 병원비를 내야 하는데다 시신을 비행기에 실어 보내는 비용도 33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10남매의 둘째로 서픈 살 나이에 한국 땅을 밟았던 딜립씨는 5년내 고국의 부모님과 동생들 생활비를 송금하느라 그의 통장에는 300만원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포항에서 치료비로 다 써버리고 빈털터리 상태에서 결국 숨을 거두면서 그의 시신은 먼 타국땅에 발목 잡혀 있는 것.
카톨릭근로자복지회 김선규 사무국장은 "같은 방글라데시에서 온 외국인노동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봤지만 다들 불법체류자에다 번 돈 전부를 본국으로 송금하고 있는 처지여서 비용을 마련하기가 쉽지가 않다"며 "시신이라도 보고 싶어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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