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지난달 5일 경주에서 실종된 김은비양은 언론 보도(본지 1월 20일자 6면, 이달 3일자 6면) 후 '예쁜 얼굴의 전교 상위권 수재 학생의 실종 사건'으로 주목받았다.
신문과 TV에서는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노숙생활을 하다가 어머니가 써준 편지 1통을 들고 경주의 한 복지시설로 들어온 과정 등 10대의 나이에도 파란만장한 삶을 산 그를 조명했다. 게다가 경주의 모 명문 여고에서 전교 상위권의 성적을 거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자작극으로 밝혀졌다.
그는 1992년생 18세의 고교 3년생 김은비가 아니라 1989년생 이모(21)씨였다.
이씨가 집을 나온 것은 2006년. 당초 알려진 것처럼 이씨는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함께 노숙생활을 한 것이 아니라 멀쩡한 가정에서 부모가 생존한 상태에서 가출했다.
경찰은 이씨 자신이 직접 작성했을 것으로 보이는 편지에 1992년생이고 이름이 은비라고 적혀 있었으며, '기아발견'으로 호적도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후 이씨는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면서 2006년 9월 호적을 취득해 이중 호적자가 됐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해 고등학교에 입학, 기숙사 생활을 해왔다.
부모는 사랑하는 딸이 사라지자 경찰에 실종신고를 낸 뒤 4년간 애타게 딸을 찾아다녔다. 이씨는 경주에서 실종신고로 떠들썩하던 지난달 7일, 경기도 집으로 귀가하면서 이미 실종신고가 해제된 상태였다.
특히 이씨는 1년에 한 번꼴로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보고 싶다"는 말을 한 뒤 전화를 끊어 경찰들도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년째 수사를 이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한마디로 소설 같은 일이 실제 벌어진 것이다. 이씨는 4년 전 말없이 집을 나설 때처럼 4년간 그를 보살펴준 복지시설 원장 등에게 한마디 말없이 시설에 있던 자신의 물건을 챙겨 사라졌다.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경주경찰서는 "이미 범죄와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수사가 종결된 상태여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실종 신고지인 경기 용인경찰서 관계자는 "그는 현재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아 치료를 요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여고 게시판에는 "드라마 같은 일 때문에 네티즌도 속고 경찰도 속고 보육원도 속고 학교도 속고…" 등 어이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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