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에 있는 애비 로드(Abbey Road)는 두 가지 이유로 록 음악 팬들에게 유명하다. 우선 최고의 록 그룹 비틀스의 음반 대부분이 녹음된 스튜디오이다. 두 번째는 더 유명한데 '애비 로드'는 1970년, 비틀스가 마지막으로 녹음해 발매한 음반 이름이다.
이 음반에는 일화가 많다. 음반 표지에 실린 애비 로드 스튜디오 앞 횡단보도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횡단보도가 됐고, 촬영 당시 우연히 근처에 있다가 멀리 찍힌 사람의 신분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가장 유명한 것은 발매 이후 40년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는 폴 매카트니의 사망설이다. 음반 표지를 보면 흰 양복 차림의 존 레논, 검은 정장 차림의 링고 스타, 노 타이 양복에 맨발의 폴 매카트니, 그리고 청바지와 청 셔츠 차림의 조지 해리슨이 횡단보도를 차례로 건너가고 있다. 문제는 매카트니였다. 맨발에다 눈을 감고 있으며, 왼손잡이인 그가 담배를 오른손에 들고 있는 것이 발단이 됐다. 이어 비틀스가 한창 주가를 올리던 1966년 매카트니가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경연대회를 통해 매카트니를 닮은 사람으로 대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 표지에 대한 그럴듯한 해석이었다. 흰 양복의 존 레논은 죽음의 사자(혹은 목사), 검은 양복의 링고 스타는 장의사, 맨발의 폴 매카트니는 망자(亡者), 평상복 차림의 조지 해리슨은 유족(혹은 무덤을 파는 일꾼)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사망설은 끊임없이 나돌았고, 2004년에는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하지만 폴 매카트니는 비틀스가 해산된 뒤 그 어떤 멤버보다 왕성한 활동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고 지금도 건재하다.
요즘 애비 로드가 다시 화제다. 비틀스의 음반이 아니라 이 음반이 녹음됐던 애비 로드 스튜디오다. 소유주인 영국 음반회사 EMI가 파산 위기로 애비 로드 스튜디오를 팔려고 내놓았기 때문이다. 건물보다는 애비 로드라는 상표 가치가 높아 가격이 수백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68세의 폴 매카트니도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애비 로드 스튜디오를 구해 달라고 호소했다. 아직도 팬이 많은 비틀스이고 보면 갑부인 비틀스 마니아가 이 스튜디오를 샀다는 뉴스가 들리길 기대하는 것이 망상만은 아닐 듯하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