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은 오해 때문에 12년 전에 헤어진 연인이 있다. 여자는 불행한 결혼생활의 와중에 자살을 결심하고, 이를 알게 된 남자는 대설주의보도 마다 않고 여자를 만나러 백담사로 달려간다. 백담사까지 20분이면 충분할 거리는 폭설 때문에 두 시간이나 걸린다. 남자는 오랜 세월을 헤맨 뒤에야 억눌렸던 인연이 비로소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는 진리를 깨닫는다.
작가 윤대녕이 일곱편의 단편을 묶은 신작 소설집 '대설주의보'를 발간했다. 시적인 문장, 회화적 감수성과 감각적 서사가 돋보이는 윤대녕의 작품들은 생의 불가항력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저마다 운명의 고리를 순환한다. 그리고 오랜 헤맴 끝에 다시 만나는 주인공들은 독자들에게 삶은 그렇기에 숭고한 것이라는 안도감을 전해준다. 마치 대설주의보를 뚫고 백담사로 올라가는 남자의 의지처럼. 표제작 '대설주의보' 외에 해마다 청명이 되면 지방의 어느 온천에서 만나는 기혼 연인의 이야기를 다룬 '보리', 사랑에 실패한 여자가 한적한 항구에서 삶의 평화를 얻게 되는 '여행, 여름', 연인을 빼앗긴 후 삶의 공허함에 빠졌던 한 남자가, 죄책감 때문에 자해하듯 살았다는 상대방의 얘기를 듣고 공허감을 지우게 되는 '꿈은 사라지고' 등 7편을 수록했다. 304쪽, 1만2천원.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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