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들의 굴곡진 삶을 영화화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피와 뼈'의 작가 양석일이 낸 신작. 올해 일흔다섯인 노작가는 화려한 관광지 타이를 무대로 벌어지는 아동 성매매의 추악한 현장을 고발했다. 작가는 애써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을 여과없이 펼쳐 보인다.
책은 가난에 찌들어 어린 딸을 인신매매꾼에게 팔아넘기는 한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한국 돈으로 삼십육만원에 팔려간 소녀들은 매춘을 강요당하고, 오래지 않아 에이즈에 감염돼 쓰레기하치장에 버려지거나, 산 채로 장기를 적출당한다. 성 노리개로 전락한 아이들의 현실은 충격적이다. 묘사도 사실적이어서 '19세 미만 구독불가' 표지를 달고 출간됐다. 제3자의 입장에서 동정의 시선을 보내거나 고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문제를 적극적으로 끌어안는다.
이런 태도는 책의 주인공인 일본인 NGO활동가 오가와 게이코와 일본 신문사 기자 난부 히로유키가 아동 매춘의 실상을 파헤치고, 일본 어린이의 장기 이식수술을 위해 타이 어린이의 생명이 밀매되는 현실에 극렬히 저항하는 모습을 통해 소설 속에 투영된다. 일본 야쿠자와 타이 마피아에게 목숨을 위협당하면서도 수렁에 빠진 아이들을 구해내고자 하는 주인공들의 용기와 의지가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412쪽, 1만1천800원.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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