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엄원태의 시와 함께] 가민이 / 백미혜

아침마다 나는 두 번

눈뜨고

밤마다 두 번

눈감습니다

당신은요

점등과 소등의 갈피마다

꼈다 뺐다 하는 안경을 가졌어요

아큐브 렌즈도요

어느 가시광선에 그리 푸르던 시력

다 긁혔을까요 그래도 아직은 동그란

달밤 같은 내 눈과 당신 눈 맞추느라

하루 한 번 눈뜨고 감던

날마다의 일 다 잊었습니다

아침마다 나는 두 번

눈뜨고

밤마다 두 번

눈감습니다

당신은요

그녀는 일테면 내 영혼의 누나이다. 우리는 같이 사랑 가계(家系)의 혈통을 타고났다. 한통속으로 '사랑할 줄밖에 모르는 영혼'들인 게다. 그녀는 나와 같은 직장에 30년 가까이 같이 근무하지만, 아주 가끔씩만 구내식당 같은 데서 마주친다. 마주치면 예의 그 "동그란/ 달밤 같은" 눈을 환하게 치켜뜨면서 안경너머 내 눈을 맞춘다. 시인이 아침저녁 두 번씩 눈 뜨고 감는 이유는 쉽게 짐작하시리라. 사랑하는 대상과 늘 함께하려는 '마음의 눈(心眼)'을 한 번 더 뜨고 감는 것으로 그녀는, 하늘의 당신(하느님)과 지상의 당신, 그리고 '가민이'라는 아이!…… 그리해서 그녀는 소위 '삼위일체'형 사랑을, "점등과 소등의 갈피마다/ 꼈다 뺐다 하는 안경"이나 "아큐브 렌즈"처럼, 마음 깊은 곳에 항상 '함께하며' 살아간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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