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군고구마 장사 ·퀵서비스 경력…기초의원 출사표

국민참여당 대구 서구 민부기 후보

공고를 졸업하고 군 입대, 제대한 뒤 낮에는 토목설계기사와 택시기사로, 밤에는 군고구마 장사로 한푼두푼 모았다. 땡처리 노점상, 포장마차 장사를 이어가다 퀵서비스 업체를 인수할 정도로 돈을 모았다. 그러다 폭삭 망했다. 정신을 차리고 대리운전기사로 간신히 입에 풀칠했다.

실업자 얘기가 아니다. 6·2지방선거 서구'가' 선거구에 나선 국민참여당 민부기(38) 후보의 진짜 삶이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참 괴로웠는데 돌이켜보니 즐거웠던 지난날"이다.

"저는 일일이 물어보지 않아도 서민들의 어디가 가려운지 압니다. 미리 알고 긁어주는 게 정치라면 저 정말 잘할 자신 있습니다. 고학력도 아니고 경력이 화려하지도 않고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도 못하지만요."

민 후보는 15년 전 '꼭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을 했고 2002년 '민부기 플랜 2012'라는 10년 계획을 세웠다. 퀵서비스업의 제도상 허점을 알리기 위해 국회의사당을 찾은 그는 한 의원 보좌관과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돌아오는 길, 그는 '강자와 약자가 섞여 사는 사회는 서민이 잘못이 없어도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구나. 민주주의와 법치국가의 나라지만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가 이번 선거에 나선 이유다.

20대 초반 고구마를 팔 때였다. 한 아주머니가 자신의 열정적인 호소에도 늘 스쳐만 가다 하루는 고구마를 3천원어치 달라고 했다. 구워놓은 게 없어 "배달해 주겠다"고 했다. "배달예?"라고 묻는 아주머니에게 몇 십분 뒤 군고구마를 진짜 배달해줬다. 그 아주머니는 그의 단골이 됐다.

"정치는 서비스 아닙니까? 돈 없이도 정치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읽으면 됩니다. 저는 총각이고 부모님도 돌아가셨어요. 나홀로 싸워야 하지만 신바람나게 할 겁니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어예."

민 후보는 기초생활수급자, 희망근로, 공공근로의 제도적 허점을 바로잡고 싶다고 했다. 근로사업만 바로잡으면 쓰레기 몸살을 앓고 있는 서구가 깨끗해질 거란다.

인터뷰를 마치고 기자가 "끝까지 완주하시고 건강 유념하시라"고 인사를 건네자 민 후보는 "정말 평생에 이런 관심은 처음"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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