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야당의 입지는 매우 좁다. 선거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는 15% 득표율을 장담할 수 있는 야당 후보가 몇 안 된다. 그래도 야당은 대구시장과 경상북도지사 후보를 각각 냈다. 유권자들의 눈에는 질 게 뻔한 싸움이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야당 후보들은 어떤 심정일까?
경북도지사에 도전한 홍의락 민주당 후보는 출마 이유를 묻자 '공당의 책임'이라고 했다. 승리하지는 못할지라도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제1야당이 후보를 내지 않는다면 대구경북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화를 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반문도 했다.
어떤 표심을 깨우겠는지 묻자 "한나라당 독식 구도에 대한 피로감과 환멸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권력에 대한 견제와 조화, 민주당에 대한 일말의 애정, 한나라당의 각성을 촉구하는 표심이 뭉쳐 어느 정도의 지지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답했다.
대구경북은 한나라당 이외에는 대부분 무소속 후보가 나선다. 친박을 표방한 후보들도 상당수다. 홍 후보는 이에 대해 "여기(대구경북)는 10년을 읍소해도 지지율이 10%가 안 되기 때문에 모두가 나오길 꺼립니다. 그렇다고 해서 버립니까? 무시하고 맙니까?"라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어법을 조금 닮았다.
15억6천250만원에 달하는 법정선거비용은 어떻게 충당할까. 사업에 성공해 재산이 제법 있다지만 15억원이 넘는 돈은 큰돈이다. 그는 중앙당 읍소 전략을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당원들이 정말 신나게 운동할 수 있도록 중앙당이 지원해달라"는 것. 예전부터 그랬지만 민주당은 전국정당을 표방하고 있다. 기자가 지지율이 15%를 넘겨야만 선거비용을 보전받는다고 하자 홍 후보는 "저는 유권자를 믿습니다"라며 웃었다.
얼마 전 대구 출신인 김부겸 민주당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박지원 의원에게 큰 표 차로 진 사실을 거론하며 민주당 내부에서도 대구경북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 않으냐고 묻자 "분명히 민주당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근시안적 사고와 행태를 버려야 한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사랑이 인색하다는 사실을 민주당 지도부가 깨우쳐야 한다. 경북에서도 균형 감각을 지켜주고 견제 세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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