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들고 창가
유리컵 속 찰랑거리는 어둠으로
당신은 온다, 애절하게
피뢰침에 찢긴 속살, 푸른 정맥이 몇 가닥
아파트 옥상에 걸리고 당신의
흰 목, 그늘의 일부가 흔들린다
깊은 밤 아무도 모르게 와서 물마시고
당신은 돌아선다 재빨리 나는
본다, 창가에 놓인 유리컵 가장자리
아, 지울 수 없는 투명한
슬픔 하나가 묻어 빛난다
---------
달빛은 이제 '당신'으로 "애절하게" 온다. "모두가 잠들고 창가/ 유리컵 속 찰랑거리는 어둠으로" 오기에 당신은 그토록 애절할 수밖에…… "깊은 밤 아무도 모르게 와서 물마시고" 돌아서는 당신! 우리는 아쉽게도 이 연인 같은 달빛을 "재빨리" 해후할 수밖에 없다. 세속의 밤풍경이란, "피뢰침에 찢긴 속살, 푸른 정맥이 몇 가닥/ 아파트 옥상에 걸리"는 것일진대, 따라서 "당신의/ 흰 목, 그늘의 일부가 흔들린다"는 달빛 묘사는 그리하여 더욱 섬세하고 적실하다. 달빛은 그렇게 "아, 지울 수 없는 투명한/ 슬픔 하나가 묻어" 빛을 발한다! 이 풍진 세상의 아파트 거실 창가에도 아주 가끔씩, 달빛이 "아무도 모르게" 저 혼자 교교히 깔리는 적요한 밤이 더러 있다. 예민한 영혼들만이 그걸 아프게 바라보는 시대가 되었다. 달빛을 잃어버려 가는 시대라니!
시인
































댓글 많은 뉴스
"울릉도 2박3일 100만원, 이돈이면 중국 3번 가"…관광객 분노 후기
李대통령 "박정희 산업화 큰 업적…비판 있지만 공적 누구나 인정" [영상]
취임 후 처음 대구 찾은 이재명 대통령, 핵심현안사업 지원 의지 강조(종합)
李대통령 지지율 51.2%, 2주째 하락세…민주당도 동반 하락
장동혁, '아파트 4채' 비판에 "전부 8억5천…李 아파트와 바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