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스타크래프트

컴퓨터 게임 스타크래프트는 게이머가 테란, 저그, 프로토스 3개 종족 가운데 하나를 골라 그 종족의 군사와 무기를 개발해 상대 종족과 전투를 벌이는 게임이다. 1998년 국내에 출시된 이후 1년 반 만에 100만 장의 게임CD가 팔렸으며 지금까지 500만 장이 넘는 전무후무한 판매 기록을 세웠다.

폭발적인 판매고는 스타크노믹스(스타크래프트 경제학)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스타크래프트 출시 전 전국에 100여 개이던 PC방이 2000년에 1만 5천 개로 늘어났다. 청소년과 대학생들의 생활양식을 바꾸었고 프로게이머나 게임해설자 같은 새로운 직업의 탄생, 게임전문방송의 등장 등으로 확산됐다. 일시적 유행을 넘어 주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크래프트의 서사와 구조를 자본주의와 전체주의적 담론으로 풀이하는 일부 전문가들의 통찰은 눈여겨볼 만하다. 자원 채취-건물'유닛 생산-전투라는 세 가지의 단순한 기능이 얽히면서 나타나는 양상이 산업사회의 이데올로기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일꾼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해 최대의 생산을 이끌어 내는 포디즘'테일러주의적 구조, 시간과 공간까지도 상대방과 제로섬 관계를 설정해 확보해야 하는 자원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물신주의, 만드는 데 사용된 자원의 양에 의해 생존 능력이 결정되는 몰가치화 등이 게임 전반을 관통한다. 인구 한계치에 도달하면 전투 유닛을 늘리기 위해 일꾼들을 상대방의 기지로 내몰아서 죽게 만드는 전술도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아무리 가상공간이라도 청소년들의 의식 속에 이 같은 논리들이 깊이 똬리를 튼다고 생각하면 섬뜩하다. 몇 년 동안 하루 12시간 이상씩 게임에 매달려온 프로게이머들이 어린 나이에 승부 조작 같은 치명적인 사건에 연루되는 현실을 어른들의 욕심 탓만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스타크래프트2의 수정 버전이 12세 등급으로 최종 확정됐다. 게임물등급위원회는 흡연 장면과 욕설 등을 삭제하고 핏자국을 검은색으로 바꾸는 정도로 수정하자 18세 등급이던 당초 결정을 완화했다. 컴퓨터 게임에 담긴 서사 구조와 심리적'문화적 영향까지 심의할 수는 없겠지만 이에 대한 보다 진지한 논의와 위험 완화 장치에 대한 고민은 시급해 보인다.

김재경 특집팀장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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