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차림의 한 여자가 서 있다. 점점 그 여자의 얼굴과 옷, 표정이 희미해져가다가 결국에는 실루엣만 남는다. 아트스페이스 펄에서 6월 12일까지 열리고 있는 김건예의 전시는 '그리드(Grid), 다층적 의미의 관계망'을 주제로 한 작품 20여점을 선보인다. 13년간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작가에게는 '정체성'이 끊임없는 화두가 됐다.
"독일에서 아무리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사회의 일원이 됐다고 생각해도 결국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 제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죠." 작품은 작가 개인의 경험을 넘어 현대인 모두를 은유하고 있다.
작가는 사람 형상 위에 페인팅 붓으로 엷은 그물망을 그려넣는다. 열 번 가까이 그물망을 그려넣으면 사람은 표정조차 희미해진다. 그물망에 갇힌 듯한 현대인의 익명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053)651-6958.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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