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숨결'은 삭막한 철근 콘크리트 도시 속에서 힘겹게 부대끼며 살아가는 오늘날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땅만큼이나 삭막하고 건조하며 별 희망없이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기계적으로 자신의 일을 해나가거나 감정없는 사랑을 하며 거대한 외부 환경에 짓눌린채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견인차 기사인 '나'는 사고 현장 출동 후 '다친 데 없으세요?'하고 묻지만 이는 '당신 차는 내가 견인하겠다'는 다른 표현일 뿐이다. 나는 이른바 '교통 가족'이다. 택시기사이던 아버지는 사망사고를 내고 장애인이 되었으며 어머니는 오토바이에 치여 죽었다. 집을 나갔던 아내는 내가 견인하려는 차 속에서 시체로 발견된다.(야생도시) 부잣집 딸인 여자 친구와 연애라기보다는 한시적 성생활을 즐긴 후 한뼘 원룸텔로 돌아가는 젊은이(역사의 천사) 등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희망없이 불안과 불행이 일상화된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여자 친구와 애정 없는 섹스의 관계를 이어가는 듯하던 주인공은 여자 친구가 딴 길로 새지 않았다는 전갈에 기뻐하는 등 희망의 편린들을 제시하기도 한다(생의 조도).
지은이는 200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 2002년 현대문학 평론 부문 당선 등 작가 겸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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