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엄원태의 시와 함께] 카렌다 호수 / 서정춘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나에게는 참깨밭의 꿀벌 같은

하도나 이쁜 늦둥이 어린 딸이 있어

오늘은 깨잘도 입에 달아주면서

카렌다 걸어놓고 숫자를 읽히는데

아빠

2는 오리 한 마리

아빠

22는 오리 두 마리

아빠

우리 함께 호수공원에 갔을 때

뒷놈 오리가 앞놈을 타올라 물을 먹여 죽였어요

하길래설랑

나는 저런저런 하다가

나도 호숫가 물소리로 그럼그럼 했더라

--------------

'깨잘'을 검색해 보니, 강정이나 과자를 일컫는 전라도의 방언이라고 하네요. '늦둥이 어린 딸'처럼 '이쁜' 말입니다. 손녀딸인지, 실제 손녀 같은 늦둥이 딸인지는 상관없이,(아니, 실제로 손녀 같은 늦둥이 어린 딸이라면 도대체 얼마나 더 한없이 예쁘겠습니까) '참깨밭의 꿀벌'처럼 '하도나 이뻐'하는 시인의 마음이 실로 애살스러울 지경입니다.

아빠, 아빠, 아빠, 하고 말머리마다 반복해 부르는 아이의 동심 가득한 어여쁨이 입말 고스란히 살아있는 문면(文面) 가득 파문처럼 번져갑니다. 이토록 천진무구한 동심이란, 어른들로 하여금 방 안 바람벽에 걸린 카렌다와 놀러 갔던 호수공원을 단숨에 '카렌다 호수'로 묶어 주고, "저런저런" 하던 일을 금세 "그럼그럼" 하게 만드는 '큰 긍정'의 힘을 가졌습니다. "뒷놈 오리가 앞놈을 타올라 물을 먹여 죽였"다고 해도 '그럼그럼' 하고 끄덕이게 하는 힘 말입니다.

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공천 방식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으며,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공천이 시도되자 지역 정치권에서 '민주정당이...
구미 부동산 시장에서는 비산동 6-2 부지에 최고 46층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현재 구...
서울중앙지법은 화장실에서 빨리 나오라는 동생을 살해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10년과 치료감호를 선고했으며, 동생은 퇴근 후 목욕 중 불평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한국과 일본을 언급하며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 작전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며 파병 압박을 가했으나, 주한..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