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서해 합동훈련 강행…美-中, 한반도 긴장 고조

中 정부 반대 공식 선언 불구 美 항모 서해로 출발

중국 정부가 한미 서해 합동군사훈련에 반대한다고 공식 선언한 가운데 한미 당국이 훈련을 강행키로 해 한반도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당초 한국과 미국은 천안함 침몰사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서해 합동군사훈련을 벌이기로 했으나 중국이 강하게 반발함에 따라 당초 북한을 견제하려는 기대 효과와는 달리 미국과 중국이 동북아 패권을 놓고 대립하는 국면을 보이고 있다.

미 7함대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호는 한미 합동훈련을 위해 9일 오전 9시 40분쯤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 기지를 떠났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미군 관계자를 인용해 조지 워싱턴호가 서해에서 실시할 예정인 한국 해군과의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한 뒤 태평양 서부에서 수개월간 경계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항모는 승조원들의 휴식을 위해 3일 요코스카항에 일시적으로 귀항한 상태였다.

앞서 중국 정부는 8일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한미 합동 서해군사훈련에 반대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특히 작전 반경이 600∼700㎞인 조지 워싱턴호 등의 항모 전투단에 베이징(北京)은 물론 동북 3성의 군사정보가 모조리 노출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전례없이 최근 서해 훈련이 실시될 부근에서 무력시위성 군사 훈련을 하는가 하면 미사일, 유도탄 발사 장면이 포함된 훈련내용을 공개하는 등 서해 군사훈련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출해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항모가 참가하지 않고 서해 훈련이 용인되는 수준에서 타협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한국 정부는 이번 훈련을 통해 북한의 위협을 견제하려고 했으나 미국과 중국의 대치로 인해 당초 본질과는 다른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한국으로선 득보다 실이 많겠지만 이제라도 외교력을 적극 발휘해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