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에너지 비상대책'으로 백화점·마트 등 대형건물에 대해 실내 냉방온도를 25℃ 이상으로 규제하면서부터 유난히 무더위가 심한 대구지역 유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예전 매장 온도를 평균 22~23도를 유지할 때는 '백화점·마트로 피서 간다'고 할 정도로 무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지만, 이제는 그런 모습들이 옛 이야기가 될 상황이다.
◆온도를 사수하라
정부가 적정 냉방온도를 지키지 않는 대형매장에 대해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밝히면서 유통업계에는 '온도를 사수하라'는 특명이 내려졌다.
냉방기기의 온도를 25도에 맞춰둔다 하더라도 일부 구석진 매장이나 문을 자주 여닫는 입구 쪽 매장 등에는 온도가 26~28도 등으로 곧잘 높아져 별도의 관리가 필요한 것. 홈플러스는 가장 온도가 높은 식당가의 경우 별도 에어컨을 설치해 내부 온도를 관리하고 있다.
대구백화점은 자동 시스템 에어컨을 사용하고 있지만 직원들이 2시간마다 매장에서 직접 온도계로 온도를 측정하고 있다. 컴퓨터의 온도에는 오차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백 관계자는 "자칫 잘못하면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 수 있기 때문에 온도 관리에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터져나오기 시작한 고객불만
유통업계의 냉방온도가 예년에 비해 1~2도 높게 유지되면서 고객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사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계속 걸어다녀야 하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있을 때보다는 쉽게 '덥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것.
대구백화점은 "예전에는 매장에서 고객의 요청으로 '에어컨 온도를 낮춰달라'는 연락을 받는 경우가 하루 서너 차례에 불과했지만, 실내온도 25도를 유지하고부터는 하루 15건 정도로 불만이 4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에서 만난 40대의 주부고객은 "피부 상담을 받은 뒤 제품을 고르느라 20여 분을 앉아 있었는데 '덥다'는 느낌과 함께 속옷에 땀이 묻어나 기분이 불쾌하다"며 "여름철에는 친구들과 백화점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젠 백화점 방문 횟수가 줄어들 것 같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매출에도 비상이 걸렸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3층 여성의류 매장의 직원은 "고객에게 옷을 입어 보라고 권하는 것마저 민망할 정도"라며 "예전에는 고객이 맘에 드는 옷들은 몇 벌이라도 입어보고 구매를 했는데, 요즘은 한 벌 갈아 입어보고는 '더워서 더 이상은 못 입어보겠다'며 그냥 발걸음을 돌리는 고객이 꽤 많다"고 털어놨다.
매장이 덥다 보니 아예 입어보지 않고 옷을 사갔다가 치수가 맞지 않는다며 반품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집에서 입어 본 뒤 며칠 뒤 반품하거나 다른 제품으로 바꿔가는 고객들이 예전보다 세 배 가까이 증가한 것. 매장의 숍매니저들은 "매장 온도가 올라가는 만큼 매출은 줄어든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체감온도라도 낮춰라
유통업계는 고객들의 체감 온도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한 묘안 짜내기에 골몰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주말마다 백화점 입차 고객에게 미리 얼린 생수를 하루 2천여 개씩 나눠주고 있다. 대구백화점 본점과 프라자점 역시 오후 2시부터 차를 갖고 오는 고객을 대상으로 주차장 입구에서 차가운 생수를 매일 1천 개씩 선착순 지급한다.
동아백화점은 브랜드별로 음료를 준비해 서비스하는 한편, 한낮 기온이 절정에 이르는 오후 2~4시에는 직원이 매장을 순회하면서 시원한 음료를 제공하는 음료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각 매장마다 할로겐 조명을 LED램프로 교체하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할로겐 조명은 발열량이 많아 그동안 매장 온도를 높이는 주범으로 손꼽혀왔다. 대구백화점은 "LED 조명으로 인테리어 하면서 매장이 한층 밝아지는 효과가 있고, 전구 교체주기도 길어져 비용절감에도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조리 열기로 인해 온도가 높은 식당가는 별도의 에어컨을 설치해 온도를 낮추고, 밀폐된 피팅룸(탈의실)에는 작은 선풍기 등을 설치해 고객 불만을 최소화하고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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