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늬만 TK MB, 여론밀려 TK 역차별"

'대구경북 총리 불가론' 등 지역 홀대에 비판 들끓어

한나라당 전당대회 결과 'PK(부산경남) 독식구조'가 심화되고, 청와대 일부 개편에서도 수도권과 충청권이 약진하는 대신 'TK(대구경북)'가 주변부로 급격하게 밀리면서 지역에서 현 정권에 대한 소외감을 얘기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게다가 한나라당 사무총장으로 유력한 이병석(포항북) 의원의 영포회 관련설이 나돌면서 경남 출신의 3선인 권경석 의원(창원갑)이 대안으로 떠오른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특히 차기 총리로 물망에 오른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를 두고 'TK 대통령에 TK 총리는 어렵다'는 기류가 걸림돌로 작용하자 지역에서는 소외감을 넘어 불만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제대로 된 TK 출신이 아닌 이명박 대통령이 여론에 밀려 TK를 너무 홀대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이 태어난 고향은 포항이지만 정치적 고향은 서울이다. 포항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상경한 후 줄곧 서울에서 생활했고, 정치적으로도 서울 종로에서 국회의원을 지냈고, 서울시장을 거쳐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난 대선에서 대구경북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수도권의 지지가 당선에 더 큰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은 자신을 TK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시·도민들은 수도권과 더 정서적 친밀감이 있다고 여긴다. 따라서 "대통령이 TK인 탓에 TK 출신을 총리로 앉힐 수 없다"는 것은 그야말로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은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봐도 TK를 홀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부산경남에서 민주당의 약진으로 한나라당이 완패했지만 대구경북은 70% 이상의 지지로 변함없는 애정을 보냈다는 것. 그런데도 한나라당 지도부와 청와대 인사에서 TK가 소외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은 "선거 때는 TK가 한나라당의 고향이라며 표를 구걸해 놓고, 열매는 다른 지역 인사들이 가져간다"며 "TK가 핫바지냐"며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당선된 후 대구경북은 15년간의 찬밥신세에서 벗어나 획기적인 지역 발전을 기대했지만 실상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실제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와 국가산업단지 조성 등의 기본 틀만 겨우 갖춰놨을 뿐 알맹이를 전혀 채우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TK 정권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있을 정도다. 이한구 의원은 "현 정권을 TK 정권으로 볼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친이인 이명규 의원도 "이명박 대통령은 TK보다 수도권 출신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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