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포도 과학이다] 공포와 섹스 '찰떡궁합'

무섭고 괴기스런 장면과 음향이 흐르는 영화관. "까악~" 비명을 지르며 연인 품에 뛰어드는 여친. 그런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남친. 공포영화가 상영되는 영화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 중 하나다. 실제 공포영화를 함께 보며 연인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는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부부관계에도 이 같은 공식이 적용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공포와 섹스는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인간은 참을 수 없는 강박, 불안 등을 느낄 때 섹스를 통해 긴장을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성과학연구소 김진세 이사는 "공포영화를 보거나 공포체험을 할 때 자율신경계가 흥분되고 이때 아드레 날린이 분비돼 성적 리비도가 충만해짐에 따라 부부관계가 좋아질 수 있다"며 "무엇보다 본능적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낄 때 강렬한 생식본능이 생긴다"고 했다. 실제로 9'11테러 이후 미국에선 결혼하는 커플이 늘어나고 섹스 횟수가 많아졌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섹스는 공포를 이기는 데 효과적일까. 통증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최창동 원장은 "공포나 통증을 극복하는 데는 섹스와 같이 몰입성 긍정적 사고가 즉효다. 격렬한 섹스 장면과 이성의 알몸을 연상하면 아주 긴 시간 동안 공포를 참아낼 수 있다. 섹스를 치료행위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람이 한 곳에 몰두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데는 섹스가 단연 최고다"고 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섹스를 공포 극복에 이용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1941년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은 최전선에 배치된 군인들에게 섹시한 여배우들의 누드가 담긴 포스터를 나눠줬지요. '야한 포스터 한 장이 사선을 넘나드는 병사들에게 어떤 위안을 줄 수 있을까?'라고 반신반의했지만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병사들은 누드 포스터를 철모 속에, 주머니에, 수첩 갈피에 끼우고 포스터 속 여인과의 달콤한 섹스를 상상하면서 전쟁의 공포를 극복할 수 있었지요." 최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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