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아파트 분양시장이 주택경기 장기침체로 인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시장 흐름에 맞춰 분양가격 낮추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파트시장이 과열됐던 2000년대 중반까지 분양가격은 분양가 상한 규제를 받으면서도 공급자인 건설사(시행사)들은 땅값 상승을 이유로 경쟁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최근 3, 4년 동안 미분양 아파트 양산에 따라 건설사들은 미분양 해소를 위해 가격할인에 나서면서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도 하향 조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아파트 분양에 나섰거나 분양을 준비 중인 건설사들은 마케팅 전략 마련에 있어서 '가격'을 가장 우선으로 꼽으면서 '적정 분양가' 산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달 30일 재분양을 시작한 대구 달서구 진천동 '진천역 계룡리슈빌'(810가구) 분양가(3.3㎡당)의 경우 2006년 6월 첫 분양 당시 796만~946만원(평형별 평균가 기준)이었으나 이를 660만~690만원으로 낮췄다. 여기에 입주 때까지 중도금(60%) 무이자 지원, 발코니 무료 확장까지 더하면 실제 분양가는 3년 전보다 20~30% 싼 것이다. 또 층별·라인별 분양가를 세분화해 소비자들이 자금 사정에 맞는 아파트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진천역 계룡리슈빌 홍성준 분양소장은 "신규 아파트 잠재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소비자들이 아파트를 사고 싶어도 가격이 더 내릴 것을 우려해 구매를 주저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수단은 파격적인 분양이다. 상당액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더 이상 내릴 수 없는 선에서 분양가를 정했다"고 말했다.
이달 중 재분양에 나설 구미시 공단동 제1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인 '구미 파라디아'는 일반분양 644가구 중 600가구를 중소형 주택으로 공급하면서 분양가를 당초보다 10~15% 낮추기로 했다. 또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중도금 무이자 대출, 발코니 무료 확장 등의 혜택을 줄 예정이다.
애경그룹과 한국토지신탁은 이달 30일쯤 신규 분양할 대구 달서구 유천동 'AK그랑폴리스'(1천881가구)의 분양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이 단지의 분양 관계자는 "지역에서 최근 분양한 단지들이 분양가를 낮추고 있으며, 실제 이런 가격정책이 꽁꽁 얼어붙은 시장에 먹혀들고 있다"며 "적정 분양가를 정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밝혔다.
분양가 인하 경쟁에 불을 붙인 곳은 7월에 분양을 시작한 달서구 '대곡역 화성파크드림위드'와 동구 '이시아폴리스 더 샵'이다. 이들 단지는 파격적인 분양가로 현재 60%대 안팎의 계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대곡역 화성파크드림위드는 구청의 승인을 받은 분양가보다 13% 낮춰 분양을 했으며, 이시아폴리스 더 샵은 3.3㎡당 평균 590만원(전용면적 84㎡ 기준)의 분양가를 제시했다.
이시아폴리스 더 샵 분양 관계자는 "시행사와 건설사 간의 협의 끝에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분양가를 5, 6년 전 수준으로 정했는데, 시장의 반응이 좋았다"며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계약을 앞두고 '향후 추가 할인' 여부를 문의하는 경우가 많아 '더 이상 할인은 없다'고 확인해 주느라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분양대행사 ㈜리코C&D 전형길 대표는 "미분양 아파트 할인 등의 여파로 오랜 기간 상승세를 보이던 지역의 아파트 신규 분양가가 하향세로 돌아서고 있다"며 "이제 분양가는 공급자가 수지타산을 맞춰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요구에 따라 가격을 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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