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실망스런 경기 끝에 0대1로 패했다. 한국은 경기 내내 감독의 전술과 선수들의 개인기, 패스, 볼 컨트롤, 몸싸움, 돌파력, 위치 선정 등 모든 부분에서 이란에 밀리며 전반 34분 이영표의 어이없는 백패스 미스로 마수드 쇼자에이에게 내준 골을 만회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세대교체 및 내년 아시안컵 대회를 위한 다양한 실험 과정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날 경기는 모든 것이 기대 이하였다. 이란의 강한 압박과 적극적인 몸싸움에 중원을 내줬고, 패스는 상대 선수에게 연결될 정도로 부정확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체력이 떨어지고 마음이 급해지면서 공을 잡으면 걷어내기에 급급했고 허둥대다 공을 뺏기는 모습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조광래 감독이 강조한 짧은 패스는 상대의 압박과 부정확성 때문에 빛을 발하지 못했고, 백패스 등 불필요한 패스만 쏟아졌다. 상대가 공을 몰면 우르르 몰려갔지만 공을 빼내지 못하고 돌파당하기 일쑤였다.
비효율적인 경기의 중심엔 엉성한 '스리 백'이 있었다. 상대 공격수가 한 명뿐이어도 한국 수비진에 3명의 수비수가 있었고, 상대의 활발한 측면 공격으로 이영표와 최효진도 자주 후방으로 물러서면서 상대적으로 미드필더가 부족, 경기를 효율적으로 풀어가지 못했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자기 자리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허둥대며 뛰어다니느라 체력만 소진했다.
끌려가면서 경기를 하다 보니 젊은 선수를 테스트할 기회도 제대로 갖지 못했다. 석현준(아약스)이 후반 34분 투입되긴 했지만 활약을 보여주기엔 팀이 정비되지 못했고 시간도 부족했다. 석현준은 투입되자마자 코너킥 상황에서 장신을 이용한 두 번의 헤딩 기회가 있었지만 득점엔 실패했다. 조광래 호의 첫 경기였던 지난달 나이지리아전에서 A매치 데뷔 골을 터뜨리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윤빛가람도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전반을 마치고 교체됐다.
한국에 득점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골 결정력이 문제였다. 전반 시작하자마자, 경기 종료 직전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무위로 끝났다. 전반 2분 이청용이 도중 차단 후 박주영에게 연결하고 다시 패스를 이어받아 골키퍼와 일 대 일 찬스를 맞았지만 골키퍼에 막혔다. 이어진 코너킥에서도 수비수 홍정호가 공격에 가담, 머리에 제대로 맞혔지만 공은 왼쪽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한국은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하며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갈 기회를 놓쳤다. 후반 30분 이청용의 크로스를 박주영이 살짝 방향을 바꿨지만 골키퍼에 걸렸고, 추가 시간 3분에 김두현이 골대 정면에서 좋은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슛한 공은 왼쪽 골대를 벗어났다.
한국은 이날 패배로, 이란과의 상대 전적에서 8승 7무 9패로 열세를 보였고, 최근 6경기에서 4무 2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하는 '이란 징크스'를 이어갔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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