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기록 경신

이 땅에 축구가 들어온 지 128년, 17세 이하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역대 남녀 대표팀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우승이라는 신기원을 이뤘다. 숙적 일본을 맞아 9월 26일 치른 결승전에서 연장전 등 120분간 혈투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3대 3 무승부를 기록한 뒤 승부차기 끝에 5대 4 승리를 거뒀다. 결승전은 1대 0, 1대 2, 2대 2, 2대 3, 3대 3 등 역전과 동점이 반복되는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예측 불허의 상황이 120분간 계속된 한 편의 드라마였다. 이로써 8월 1일 U-20 여자 월드컵에서 '언니'들이 먼저 이룬 역대 최고였던 3위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 2010 정규리그도 U-17 여자 축구팀의 승전보가 날아든 26일 끝났다. 롯데의 4번 타자 이대호가 사상 초유의 타격 7관왕(타율, 최다 안타, 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출루율)을 차지했다.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부문의 타이틀을 휩쓴 것이다. 종전 백인천, 장종훈, 이종범, 이승엽이 한 번씩 5관왕을 차지한 기록을 새롭게 고친 것이다.

올 프로야구 시즌 중 대구 야구팬은 양준혁(41) 선수가 은퇴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9월 19일 은퇴식을 가짐으로써 18년간 삼성 라이온즈에서 보였던 모습이 이젠 발자취로 남았다. 그동안 양준혁은 출전 경기, 타수, 득점, 안타, 2루타, 홈런, 타점 등에서 개인 통산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양준혁이 그라운드에 나오는 자체가 새로운 기록이었기에 삼성 라이온즈는 그를 위해 등번호 '10'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하는 등 선동열 감독도 누리지 못한 화려한 은퇴식으로 그를 그라운드에서 떠나보냈다. 이제 양준혁 스스로는 힘들어졌지만 누군가에 의해 그의 기록이 언젠가는 깨어질 것이다.

운동 경기에서 각종 기록이 나왔을 때 등 '이미 있던 것을 고쳐 새롭게 하다'를 뜻하는 단어로 '갱신'과 '경신'이 있다. '갱신'과 '경신'은 한자로 '更新'으로 똑같지만 '갱신'에서의 '更'은 '다시 갱'으로, '경신'에서의 '更'은 '고칠 경'으로 실제 활용에는 차이가 있다.

법률관계의 존속 기간이 끝나 그 기간을 연장할 때는 '갱신'으로 계약 갱신, 운전면허증 갱신, 보험 갱신 등으로 쓰인다. '경신'은 종전의 각종 기록을 깨뜨리는 것을 이르며 세계신기록 경신, 주가지수 경신, 금값 최고치 경신 등으로 표기한다. 면허나 계약 등 정해진 기한이 만료됨에 따라 다시 하는 것은 '갱신'이고 기한과 상관없이 바뀌어지는 기록 등은 '경신'으로 표기한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고 했다. 그만큼 불멸의 기록이란 존재하기 어렵기에 경신되는 것이 아닐까. U-17 여자 축구 대표팀의 우승을 다시 한 번 축하하며 또 다른 FIFA 주관 경기에서 한국팀이 우승하여 한국 축구사의 새로운 기록이 빨리 경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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