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인사] 김준한 포스코경영연구소 소장

"경제권 같은 대구-구미, 시영버스 운영 어떨까요"

포스코의 싱크탱크인 포스코경영연구소 김준한(57) 소장에게 차 한 잔 달라고 하니 냉큼 와달라고 해 즉석에서 만났다. 사무실에서 공식적 이야기를 30분쯤 나누고 점심을 함께 하며 소소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능변이기도 했는데 사물을 보는 시각이 독특했다. 뒤집어 생각한다고 해야 할까.

또 사물을 큰 덩어리로 봤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미시는요, 경상북도 구미시가 아니라 대구광역시 구미군으로 봐야 합니다. 승용차로 20분 거리인데 경계를 나눌 필요가 없지요. 경제권 인구로 보면 대구시 인구는 구미까지 합쳐 350만 명 정도로 봐야 합니다. 대구시는 구직난으로 허덕이고, 구미시는 인력난으로 힘든데 같이 가면 그냥 해결되는 거 아닌가요? 대구를 구미까지 경전철로 연결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군요."

"대구가 16년째 지역내총생산(GRDP)이 꼴찌죠? 그런데 1인당 소비는 전국에서 2~4등 정도 합니다. 이건 부끄러운 게 아니고 자랑입니다. 그만큼 정주환경이 좋다는 의미죠. 제조업 비율이 높은 도시일수록 살기가 아주 힘듭니다. 이런 정주 여건을 가지고 경산·구미·포항을 한 경제권으로 묶기만 한다면 제1의 도시가 되는 것도 문제없지 않을까요?"

김 소장은 올해로 연구원 경력만 34년이다. 1977년 산업연구원(현 국제경제연구원) 공채 1기로 출발해 2년 뒤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경제조사관으로 발령났다. 당시 우리나라 수출은 200억달러 수준으로 건설 수주만 140억달러에 달했다. 해외 근로자 16만 명 중 중동에만 13만 명이 있었다. 이때 김 소장은 고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체계적으로 중동 경제를 연구하고 돌아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1979년부터 2년간 가 있던 1기 연구원들이 들어오면서 제가 2기로 사우디에 갔죠. 당시에는 일본·미국 다음으로 사우디 대사관이 컸을 정도로 한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습니다. 참 열심히 일했던 것 같아요."

돌아와서는 2년간 산업연구원에 있다 미국 밴더빌트대학으로 유학을 갔다. 5년 만에 경제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단한 두뇌의 소유자다. 1997년 건설산업연구원 부원장으로 옮긴 뒤 건설과 경제를 묶은 '건설경제론'을 썼고 한양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그 뒤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3년 정도 대구에 머물렀다. 당시 홍철 원장은 대외협력 분야를 맡았고, 김 소장은 연구 중심 업무를 맡았다. 2006년부터 포스코경영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대구에 있을 때 대구경북의 오피니언 리더라면 한번쯤 읽어봤을 '대경 CEO 브리핑'은 김 소장의 작품이다. 동대구역세권을 개발해 남부·북부·서부터미널을 하나로 묶고 일본의 나고야역처럼 교통센터와 비즈니스센터를 만들자는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강원·호남·경남 출신 할 것 없이 연구원을 뽑았다. 그 우수한 인력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내외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그는 고향에 대해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지하철이 왜 적자가 나는지 아십니까? 경산에 있는 영남대, 대구대 등 학생들을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지하철에 대구 경북이 선을 그어 네 땅, 내 땅 할 필요가 있나요?" "대구하고 구미하고는 같은 경제권인데 시영(市營) 버스를 운영하면 어떨까요? 좋아할 사람들이 아주 많지 않겠습니까?" "대구에 대학병원이 전국에서 제일 많죠. 대학병원마다 한가지 암(癌)을 특화해서 상생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KTX 빨대 효과라고 하는데 오히려 대구가 KTX로 서울, 수도권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메디시티 대구로요." "일자리가 없다는데 각종 콜센터를 유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직률은 낮고 생산성은 아주 높거든요." 끝이 없었다. 그가 고향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1985년 2월 포항제철 부설 기술연구소 내 경영과학연구실에서 출발한 포스코경영연구소는 1994년 산업과학기술연구원(RIST)에서 독립해 주식회사로 설립됐다. 포스코의 주력산업인 철강을 중심으로 한 국내외 산업환경의 변화와 이에 따른 중장기 비전 제시 및 경영 전략을 모색하고 지원하는 것을 주요 기능으로 하고 있다.

김 소장은 대구 출신으로 삼덕초, 경북중·고교를 거쳐 서울대 상대를 졸업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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