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를 구미 당기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연재를 마치며…

◆ 평범했기에 더욱 아름다운 사람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사랑을 베풀기 때문이라고 알게 해준 사람들. 그들이 있기에 구미는 더 빛납니다.

우리는 가끔 아스팔트 틈이거나 시멘트 틈에서 얼굴을 비집고 세상으로 나선 초록의 생명을 만납니다. '저 각박하기만 곳에서 어찌 올라왔을까? 단단하고 비좁은 곳을 뚫고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보는 이의 이런 마음에도 아랑곳없이 '와! 나왔다!' 하는 환호성을 지르며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이 무척 싱그럽습니다. '아, 저 모습이야말로 살아있음 그 자체구나!'하고 보는 이는 힘을 얻습니다. 작디작은 풀잎이 주는 세상에 대한 위안입니다.

지난 7개월 동안 70여명의 초록세상을 만났습니다. 4월3일부터 저희 매일신문 경북중부지역본부(구미 매일신문)와 '구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구미를 구미 당기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주 한차례씩 싣기 시작한 이후 10월30일까지 꼭 30주(週)만이었습니다.

100원·500원 용돈모아 북한돕기성금을 내는 어린 초등학생에서부터 노령연금 아껴 적십자회비를 내놓으신 월셋방 생활하시는 80대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장애인·자영업자·주부·직장인·택시기사·퇴직 공무원·예술인·농업인·기업체 CEO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구분없이 다양한 초록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사는 게 다 그렇다며, 별거 아니라며, 그냥 조금씩 나누고 싶은 마음을 세상에 보탠 것 뿐'이라며 세상 밖으로 자신들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조차 미안해하던 이들에게 진한 사람의 향기를 전해 받았습니다.

정지원 시인이 '사람이 꽃보다 더 아름답다'는 시의 의미를 알 수 있을듯해서 더 행복했던 만남이었습니다.

이들을 만나는 동안 세상은 더없이 아름다웠고,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들은 누구보다도 더 나은 생활을 하거나 더 많은 돈을 벌거나 더 좋은 위치에 있거나 하는 사람이 아닌 그저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입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사랑을 베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이들의 마음이 홀씨가 되어 세상으로 퍼져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착한 이웃들이 있기에 구미는 더욱 더 구미 당기는 도시가 되듯이 더 넓은 세상에 초록 풀잎의 환한 미소가 번져갔으면 좋겠습니다.

◆ "여러분의 소중한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 드리겠습니다."

'구미(龜尾)를 구미(口味) 당기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지난 10월30일자로 7개월간의 연재를 끝내고 막을 내렸습니다.

매일신문 경북중부지역본부와 '구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마련한 이 연재물은 40만 구미시민들 가운데 묵묵하게 자신의 할일을 하면서 틈틈히 자신의 에너지와 재능 그리고 사랑을 이웃들과 기꺼이 나눠하는 78명의 주인공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4월에는 작은 과일가게를 하는 박대응씨가 장애소녀에게 주던 묵묵한 이웃의 정, 홀몸어르신들의 수호천사인 충청도 아지매 김명희씨의 맘씨 좋은 웃음, 아픈 몸에서 성한 거를 찾아 아낌없이 주겠다고 서약한 각막기증자 김교환씨의 이야기가 소개됐습니다.

또 5월엔 적십자 봉사활동하다 다시 만나 더 진한 우정을 나누는 초교 동창생 장윤주·전소영씨, 음악봉사로 경계없는 삶을 살아가는 김훈배씨, 밥 한끼의 사랑을 실천하는 구미노숙인 무료급식센터 박은숙씨, 매년 장애학생들에게 사랑의 도장을 파주는 심희보씨, 넉넉한 맘으로 다문화가족의 대모가 된 장흔성씨의 사연이 실렸습니다.

6월 경우, 자연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는 생태환경사진작가 한태덕씨, 제2의 고향인 구미에서 모국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인도네시아 새댁 야티씨, 세상에서 가장 맑고 밝은 눈을 가진 시각장애인 양성재씨, 사랑의 고리로 세상을 묶어가는 구미사랑고리은행 이원재씨가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리고 7월 들어서는 지팡이 짚고 구루마 끌고 홀몸노인들에게 도시락 배달하는 해평면 낙산1리 노노 돌보미 할머니 네분, 일도 하고 봉사도 하며 황혼을 멋지게 꾸며가는 도량1동 열두 명의 억척 할머니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매일 아침 봉사가 행복한 인간 신호등 신상길·임미영씨 부부, 봉사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며 장애인들에게 택시운행 봉사를 하는 예스구미 택시운전자 이영필씨, 이발에서 벌초 봉사까지 깔끔하게 다듬는 것으로 봉사의 행복을 누리는 임성빈씨를 만났습니다.

8월에는 먹을거리 나눔이 주는 맛있는 세상을 만들고픈 음식나눔방촌장 김영희씨, 수입 10%는 반드시 봉사를 위해 사용하는 착한 기업인 소병삼씨, 일찍 여윈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봉사로 풀어가는 김성득씨, 음악으로 어려운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음악천사들 뮤즈포유의 여성 음악인 4명의 이야기가 펼쳐졌습니다.

아울러 9월에는 잃어가는 시각을 나눔으로 치유해 가는 향토사학자 이택용씨, 부지런하고 착한 마음씨로 성공했지만 그 덕을 마을 사람들에게 돌리며 베푸는 삶을 살아가는 착한 농군 버섯박사 신칠성씨, 신명과 흥으로 국악사랑과 이웃사랑을 함께 실천해 가는 한두레예술단 박정철씨, 베트남 여성들의 행복 전도사를 자처한 열성파 이주여성 도티 빛융씨의 사연들이 소개됐습니다.

끝으로 10월에는 꽃을 가꾸며 꽃만큼 아름다운 봉사에 푹 빠진 격래농장 조격래씨, 산업도시 구미의 근로자들에게 즐거운 연극판을 펼쳐주는 극단 파피루스 연출자 김장욱씨와 곽유순 대표 부부, 봉사로 받은 음악을 다시 봉사로 전하는 새로배움터 선생님들과 스물아홉명의 아이들, 봉사위해 미술치료 공부하고 상처받은 이웃의 따뜻한 벗이 되어주는 김효숙씨, 7만원 월셋방에 살면서도 지혜로운 봉사를 꿈꾸는 장영훈 할아버지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이들 78명의 주인공들 사연은 매일신문 인터넷 홈페이지(www.imaeil.com)를 통해서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했습니다. 그동안 지면제작에 흔쾌히 응해주신 80명의 주인공 여러분들께 이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지면제약 등으로 주인공들의 진면목을 자세히 전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한편 지면을 통해 알려진 이들 주인공들에게는 생각지도 않았던 여러가지 좋은 일들도 생기는 등 변화들도 적잖았습니다. 아울러 많은 제보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의 고사 등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을 소개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책이나 자료집 발간 등으로 여러분들에게 다시 알려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지금까지 크고작은 지원과 격려, 제보 등을 아끼지 않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 "여러분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팍팍한 구미에서, 건조한 구미에서

이렇게 살아가는 이야기, 살아있는 이야기

연재하여 들려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한때 대한민국 중심도시, 꿈과 젖줄이 흐르던 구미가

노쇠해가고 잊혀져감에 늘 가슴 한켠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남아있는 요즘···

이렇게 신선하고 희망이 있는 이야기를 듣고 읽어

가슴이 더욱 더 먹먹해집니다.

30년전 '조국 근대화의 기수'라는 명찰을 달고

아침 6시 점호, 밤 10시 점호를 하면서도 늘 자랑스러웠던

고등학교 시절, 박정희 기술사관학교,

희미하게 다시 떠올려봅니다.

사연이 좋아 어떻게든 감사편지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몇자 적어보았습니다.

제가 연락이 닿지 않아 이렇게 봉투에 담아 보내드리오니 널리 혜량하여 주십시오."

한참 무위기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 21일, 그리고 가을을 시샘하던 초겨울 같은 추위가 가을 햇살에 살짝 자리를 양보하던 11월 2일 매일신문 경북중부지역본부에는 서울에서 부쳐온 두툼한 1호 봉투가 배달돼 왔습니다.

7월에 배달된 봉투에는 '먼저 지면으로 인사드립니다'라는 서두로 시작되는 편지지 1매와 함께 연하장만한 크기의 작은 봉투 15개가 동봉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11월의 봉투에도 역시 같은 크기의 작은 봉투 15개가 들어있었습니다. 물론 작은 봉투 속 내용이나 사연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봉투 겉면에는 편지를 받을 사람들의 이름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 편지는 30년 전 구미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서울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출향인이 저희 매일신문 경북중부지역본부(구미 매일신문)와 '구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난 4월3일부터 연재를 시작한 '구미를 구미 당기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보낸 것이었습니다.

그는 1981년 국립 구미전자공고를 제1회로 졸업하고 대학졸업뒤 1991년부터 정부 부처에서 공직생활을 하고 있는 심학봉(49·이사관·사진)씨였습니다. 3년동안(1978.1~1981.2) 구미에서 고교생활을 했던 심씨는 "비록 구미가 고향은 아니지만 늘 잊지 않고 있다"면서 "20년의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구미는 언제나 고향같은 곳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심 국장은 공직입문 이후 그동안 특허청과 상공부를 비롯, 정통부, OECD사무국 파견(프랑스 파리), 대통령인수위원회, 청와대, 지식경제부 등 근무를 거쳐 현재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역 관계·경제계에 따르면 심국장은 특히 구미전자정보기술단지 및 구미전자정보기술원의 출범을 비롯하여 구미 5공단조성, 모바일융합산업 육성, 옛 금오공대부지의 무상사용 현안, 전자의료기기부품클러스터 조성, 구미3D산업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분야의 구미관련 사업에 관심과 애정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심 국장은 우연하게 '구미를 구미 당기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렵고 힘든 가운데서도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이들에게 감사마음을 전하기 위해 서 편지를 보내게 됐다고 사연을 전해왔습니다. 심씨는 또 힘겨웠던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고교 후배들을 돕기 위한 계획도 추진중이라고 밝혀왔습니다.

이에 저희 제작진에서는 4월3일 이후 7월17일까지 연재 소개된 15회까지의 주인공 15명에 대해서는 곧바로 주소를 파악해 편지를 보내드렸습니다. 그리고 11월에 배달된 15통의 편지에 대해서도 16회 이후 30회까지의 주인공 주소를 파악, 보내드릴 작업을 준비중입니다. 이미 편지를 받아본 주인공들은 "생각지도 못한 편지를 받았다"면서 놀라움을 표시하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편지를 보내주신 심학봉씨께 다시 한번 감사말씀을 드립니다.

'구미를 구미 당기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기획 연재물을 마치고 이에 대한 회상을 적은 몇편의 글들도 소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매일신문 경북중부지역본부· 구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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