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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강하 천주교 안동교구 신부 6일 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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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했던 현대사 속 가난하고 고통받던 이들의 벗

병실을 찾아 온 권정달 전 민정당 사무총장에게
병실을 찾아 온 권정달 전 민정당 사무총장에게 '건강을 잘 관리하라'며 덕담과 함께 농담까지 건네며 미소짓고 있는 류강하 신부의 살아 생전 모습이다. 왼쪽부터 권정달 전 민정당 사무총장, 류강하 신부, 신현수 안동의료원장.

천주교 안동교구 류강하 신부가 6일 오후 9시 57분 안동의료원에서 지병으로 선종했다. 향년 71세.

류강하 신부는 1939년 6월 28일 의성군 점곡면 사촌동에서 3남2녀 가운데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류 신부는 1957년 2월 24일 안동성당에서 '베드로'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1968년 서울가톨릭대를 졸업하고 이듬해인 1969년 12월 14일 안동 목성동성당에서 두봉 레나도 주교의 집전으로 사제 서품을 받아 1970년 1월 10일 첫 부임지였던 의성성당에서 3년 8개월간 주임신부로 본격적인 사목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973년 9월부터 안동 목성동성당과 영주, 다인을 거쳐 상주 서문동성당으로 옮기면서 신부로 재직할 동안 류 신부는 유신체제와 군부독재 속에서 지역에서 일어났던 각종 정치상황에 항상 앞서 행동했고 억압받고 고통받는 이들의 친구였다.

특히, 1976년 이후에는 해마다 전국적인 정치적 사건 때마다 류 신부는 공권력에 의한 불법납치와 감금을 수시로 겪는 등 암울했던 현대사의 산 증인이었다. 반체제 인사로 낙인 찍혔던 류 신부는 1983년 2월부터 1년여 동안 필리핀 마닐라대 아시아사목 연수원에서 연수를 하면서 사제로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1984년 봄날의 농촌은 그에게 또다시 농촌 들녘으로 떠밀어냈다. 농가부채·소값파동 등 피폐한 농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농민운동에 함께 나선 것.

류 신부는 이후 난지도와 서울 영등포 역사 뒤 후미진 거리, 나환자촌 등 사회적으로 소외받고 후미진 골목을 직접 다니면서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기도 했다. 1993년부터 10여년 동안 가톨릭상지대 학장으로 취임해 후학 양성과 참교육 발전에 노력하기도 했다.

류 신부는 2004년 6월 23일 갑작스럽게 학장을 그만두고 아프리카 케냐로 해외사목을 떠났다. 나이로비에서 지난해까지 아프리카 원주민들과 지냈다. 류 신부는 해외사목 기간 폐 조직이 굳어가는 '특발성 폐섬유화증'이라는 병을 얻어 안동의료원에서 투병했다.

고인의 장례미사는 9일 오전 11시 안동 목성동 성당에서 두봉 주교의 주례로 봉헌된다. 유해는 예천군 지보면 암천리 농은수련원 성직자묘원에 안장된다.

한편 류강하 신부(전 가톨릭상지대학장)가 선종하기 얼마 전 권정달(75) 전 자유총연맹 총재와 만나 견원지간의 오랜 앙숙 관계를 풀고 서로 화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화제다.

신현수(71) 안동의료원장의 적극적인 안내로 이뤄진 이 '30년 만의 만남'은 권 전 총재가 지난 7월 중순 류 신부의 병실을 찾아 문병하면서 이뤄졌다. 1980년대 두 사람은 진보와 보수로 극명하게 대립했다. 권 전 총재의 캠프에서 유권자들에게 수저세트를 돌리다 이른바 '숟가락선거'사건으로 말썽이 돼 경찰에 불법선거 혐의로 고소당한 게 충돌의 시작. 당시 집권 민정당 사무총장이었지만 권 전 총재는 이 문제가 카톨릭농민회와 정의평화위원회 신부들을 통해 전국으로 이슈화돼 선거판을 흔들면서 난감한 상황에 빠지기도 했다.

8일 류 신부의 선종소식을 전해들은 권 전 총재는 안타까워했다. 권 전 총재는 생전의 류 신부에게 서울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와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 보겠다고 약속했다. 권 전 총재는 약속대로 곧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재단법인을 설립하고 고향마을의 근로여성들을 위한 영유아 어린이집을 설립한 다음 만년을 '애돌보기'로 봉사할 계획이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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