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에게 자루 없는 도끼를 줄 것인가, 내 능히 하늘을 받칠 기둥을 깎으리라." 어느 날 원효(元曉) 스님은 춘의(春意)가 발동하여 이 같은 노래를 지어 부르며 거리를 돌아다녔다. 사람들은 이 노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무도 깨닫지 못했다. 다만 그때 태종 무열왕이 듣고서 말했다. "이 스님은 귀부인을 얻어 훌륭한 아들을 낳고 싶어하는구나. 나라에 훌륭한 인물이 있으면 이익이 그보다 클 수가 없지!"
그때 요석궁에 홀로 된 공주가 있었다. 무열왕은 신하를 시켜 스님을 찾아 요석궁에 인도해 들이라고 했다. 신하가 스님을 찾았을 때 스님은 일부러 물에 빠져 옷을 흠뻑 적셨다. 옷을 말리기 위해 스님은 자연스레 요석궁에 머물게 됐다. 과연 요석 공주는 임신을 하더니 설총(薛聰)을 낳았다.
이렇게 삼국유사에 실린 원효 스님의 스토리는 압권이다. 스님은 고향이 경산으로 압량 불지촌 북쪽 율곡 사라수 아래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만삭이 돼 골짜기를 지나다 해산을 했는데 너무 급해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어 남편 옷을 나무에 걸어두고 그 속에 누워 해산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나무를 사라수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당나라 유학길 한밤중에 해골 바가지 물을 마시고 깨달은 바가 있어 스스로 발길을 돌린 스님답게 원효는 한국 불교에 민족혼을 불어넣었다. 독자적인 사상과 틀을 갖춘 불교로 끌어올린 것이다. 그리고 현학적인 당시의 신라 불교를 대중의 품으로 돌려 놓는 혁신적 업적을 남겼다. 그래서인지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스님 '0순위' 자리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지금 경주박물관에는 '신라 역사 인물 특별전1, 원효대사'가 개최되고 있다. 여기에 출품된 '대승기신론의기' 상'하 두 권이 전시 중에 이례적으로 보물 1663호로 지정됐다고 한다. 대승기신론의기는 당나라 법장이 편찬한 불교 서적인데 원효의 '대승기신론소'를 대부분 답습한 것이다. 스님의 높은 수준을 입증해 준 책이다.
법명 원효는 우리말로 하면 '첫새벽'이다. 때마침 G20 재무장관회의가 경주에서 성공리에 개최됐고, G20 정상회의 개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 지구촌에서 한국을 '기적의 나라'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금세기에 또 하나의 첫새벽을 맞이하고 있다. 그 싱그러운 첫새벽에 '하늘을 받칠 기둥을 깎아라'는 원효 스님의 화두가 쩌렁쩌렁 울리는 것 같다.
윤주태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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