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의 주제는 '저기, 건물 너머의 건축'(Out there, Architecture beyond Building)이었다. 당시 총감독 아론 베츠키는 '건축은 건물이 아니다'라는 화두를 던졌다. 단순히 건물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풍경을 지혜롭게 사용하고 그 안에 속한 세계의 관계를 설정하며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고, 나아가 더 큰 사회적, 경제적, 물리적 조직으로 우리를 연결해주는 건축을 어떻게 창조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기능과 효율을 넘어서 자연, 사람, 건물, 도시, 사건들이 어우러지는 문화 풍경의 창조를 꿈꾸는 것이었다.
17일은 2년간 준비했던 대구 건축문화 비엔날레가 드디어 두산 위브더제니스 1층 전시장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다. 주제 '35.87N 128.63E, 분지'는, 대구의 위도와 경도 그리고 환경적 특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의 전통적 공간 지리정보 즉 위치, 기후 및 지형으로부터 그 고유함을 인식하고자 하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이것은 건축문화 비엔날레의 지속성을 전제로 하는 첫걸음으로 앞으로 우리의 시대와 환경이 던져주는 다양한 문제를 건축을 통해 들여다보고 문화로 확장하며 이에 대한 대안과 성찰을 유도하는 것이다.
시대 정신과 기술의 산물인 건축이 그 시대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담아내고자 했던 것, 그리고 미래를 투영하고자 했던 모든 것이 바로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타자에 대한 인위적인 구별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생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현상을 가장 잘 이해하고 이들 간의 단절이나 해체의 간극을 메워줌으로써 비로소 드러나는 일관된 도시의 모습이 바로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도시는 심성적 이미지를 가지며 문화와 사람의 정체성과 동일어가 되고자 한다. 도시는 마치 인간처럼 성장하고 노쇠하고 감정을 달리하고 그 모습을 바꾸는 생명체이다. 도시를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이 변화를 담고 기록하고 적응하고 제시하는 것이 건축이다. 공간은 단순히 비워져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자체가 일종의 복합적 현상이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 모든 부분은 공간과 가시적, 비가시적 접점을 가질 수 있으며 건축은 소통의 도구가 되는 것이다. 건설산업의 침체와 건축의 포화상태를 직면한 우리 역시 대구 건축문화 비엔날레를 통해 이러한 도시의 양상과 새롭게 모색되어야 할 공간의 기능과 관계성을 이해함으로써 자신과 사회의 대화의 도구를 찾아 궁극적으로 도시가 질적으로 성장하는 바탕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구 건축문화 비엔날레의 주제 선정과 지향점 모색에서부터 이러한 소통과 이해의 도구로서의 건축이라는 매개에 대한 공감대가 존재했다. 대구문화산업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국제 건축 공모전과 국제 건축교류전과 같은 전문분야 작품의 전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구와 감성을 가진 사람과 이에 대응되는 환경 사이의 괴리를 좁히고자 한 의도는 기획과 진행의 기저에 존재했다.
이미 2008년 대구에서 개최되었던 대한민국 건축문화제를 통해 가능성을 보여준 어린이 건축학교는 이번에는 '상상아지트'라는 주제로 패브릭과 큐브 구조물을 이용한 작업으로 진행되며 개막식 당일 현장에서 설치와 완성까지 완료하게 될 것이다. 또 중고생 대상의 구조물 강도 경진대회는 일상의 소재를 이용하여 건축물 구조원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미 28개 팀 100여 명 이상의 학생들이 참가 신청을 하여 공동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0일 현장에서 강도실험과 시상이 예정되어 있다. 이와 함께 신재생 에너지를 생활 속에서 체감하고 건축과 환경 구축에 필요한 에너지의 무한한 가능성을 살피는 태양열 이용 대학생 조리경연대회가 동시에 열릴 예정이다.
제1회 대구건축문화 비엔날레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시민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시민의 삶의 질'과 관련한 성찰적 사고를 유도할 새로운 도시성(urbanity)의 시대를 향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김현진(SPLK 건축사사무소 대표·2010 대구건축문화비엔날레 실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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