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페이린(李培林)/北京, 社會科學文獻出版社/2003
등 따스하고 배부른 게 최고입니다. 쌀쌀한 가을 바람이 옷깃을 비집고 들어오는 계절일수록 더 절실합니다. 홍조 띤 단풍을 보면서 느끼는 허전함이나 쓸쓸함은 사치입니다. 진짜 입을 옷이 없어서 춥고, 먹을 것이 없어서 배고픈 사람들이 많습니다. 온포(溫飽), 그냥 배고프지 않고 편안하게만 지낼 수 있어도 좋습니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사는 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글을 배우고, 간혹 영화라도 한편 볼 여유가 있으면 대만족입니다. 이런 삶이 보편화된 사회를 소강사회(小康社會)라고 합니다.
지금 중국 정부가 외치고 있는 것이 바로 소강사회입니다. 전면적 소강사회입니다. 중국의 국부 마오쩌둥의 소원이 인민들을 배불리 먹이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덩샤오핑이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을 주장한 것도 인민의 주린 배를 채우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국이 소강사회를 찾습니다. 살 만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이페이린이 쓴 『중국 소강사회』(베이징, 사회과학문헌출판사, 2003)에 따르면 2020년이 되면 중국의 인구는 15억 명에 이를 것이고 1인당 GDP는 3천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중국의 산업구조, 취업구조, 도농사회 구조가 바뀌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삶의 질이 좋아져서 소강사회가 실현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페이린의 책은 소강사회에 이르는 중국의 계획을 아주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중국의 발전 방향과 중국 정부의 계획을 알고 싶은 분은 반드시 읽어보셔야 할 책입니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통계수치상으로 정의된 중국을 소강사회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소강사회에 도달했다는 중국에서는 여전히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닐 수 없는 아이가 부지기수입니다.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 실시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농촌지역의 실정은 아직도 암흑입니다. 아직도 소강은 고사하고 겨울나기에 힘겨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 주변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배가 부르면 세상이 다 배부른 것처럼 보입니다. 편하게 먹는 밥 한 술조차 정성스러워야 하는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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