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 때늦어 싹트고 보니 어느새 찬바람 분다 이미 식어버린 햇볕의 열정, 줄기 뻗어 그늘 넓힐 욕심보다 볼품없어도 서둘러 꽃잎부터 피운다
그 나팔 소리 하도 가늘어 행여 서릿바람 든 어느 누구의 가슴을 울릴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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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책을 다니노라면 들길 옆 공터에 이제 막 입을 벌리고 있는 나팔꽃을 보게 된다. 잡초들마저 누렇게 말라붙어 빛이 바래 가는 십일월에, 어쩌자고 나팔꽃은 뒤늦게 싹을 틔워 누구에겐가 간절한 호소라도 하듯이 꽃을 피운 것이란 말인가. 고추잠자리 한 마리 야위어가는 햇살에 기운 빠진 듯, 그나마 햇볕에 드러난 맨땅의 미미한 온기에 몸을 의지하듯, 발치 앞에 내려앉곤 하는데.
우리들 삶도 어느덧 가을이 깊어 찬바람 부는 십일월에 이르렀구나. 청춘의 열정으로 작렬하던 여름날의 열기는 이미 식어버리고, 몸은 마치 '헐렁한 자루'처럼 헐거워졌으니, '지혜'라는 허울 좋은 이름의 겨자씨만한 깨달음만 쓸쓸하구나. 이젠 "줄기 뻗어 그늘 넓힐 욕심"따윈 버려도 좋으리라. 다만 저 나팔꽃처럼, 세상 누군가의 '서릿바람' 든 시린 가슴 울릴 수 있도록, 그저 아득하면 될 하도 가는 '나팔소리' 하나 겨우겨우 꽃 피워내길 바라면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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