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 쌍둥이, 아빠 금메달 땄다"…사격 2관왕 김학만 선수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구거주 사격2관왕

16일 사격에서 2관왕을 차지한 김학만 선수의 세쌍둥이와 부인 황혜경씨가 김 선수가 예전에 딴 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셋째 동건, 첫째 민정, 둘째 동우.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6일 사격에서 2관왕을 차지한 김학만 선수의 세쌍둥이와 부인 황혜경씨가 김 선수가 예전에 딴 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셋째 동건, 첫째 민정, 둘째 동우.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TV 잘 봤냐" "잘 봤다. 오늘부터 두 다리 쭉 뻗고 자라."

심금을 울린(?) 대화가 오간 건 아니었다. 15일 중국 광저우 아오티사격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50m 소총복사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학만(34·상무) 선수와 부인 황혜경(31) 씨의 대화는 짧았다. 짧은 대화라 해도 평소 말이 없던 남편이었기에 기쁜 마음은 충분히 전해졌다. 부부는 의연했지만 온 가족은 '소원 풀었다'며 기뻐했다.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동메달 1개를 딴 뒤 국제대회와 이렇다할 인연이 없었고, 금메달을 딴 적이 없었던 김 선수였기 때문이다.

부인 황 씨는 "특히 아이들(세 쌍둥이) 돌에 맞춰 금메달을 따주니 감격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세 쌍둥이 민정, 동우, 동건이는 김 선수의 경기 중계 내내 울었다고 했다. 아이들을 봐주러 온 친구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부인 황 씨까지 경기를 못 볼 뻔했을 정도.

충남 천안이 고향인 김 선수는 고교 졸업 직전 상무에 하사로 입대해 지금까지 16년째 군복무와 사격 선수로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국군체육부대에서 상사로 복무 중인 김 선수는 주말부부로 가족들과 떨어져 생활해온 터라 가족애가 애틋하다는 게 부인 황 씨의 말이다.

올해는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부대는 성남에 있지만 올해는 대표팀 훈련 때문에 국가대표 사격훈련장이 있는 경남 창원에서 대구로 주말마다 오가야했다. 직접 승용차를 몰아 창원과 대구를 주말마다 오갔지만 체력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황 씨는 "그 정도로 성실해 '주말 개근상'을 줘야한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번 금메달은 사전 예보가 있었다는 게 황 씨의 귀띔이다. 황 씨는 경기가 있기 며칠 전 꿈에서 인분을 마구 집어삼키는 꿈을 꿨다고 했다. 좋은 꿈이라 여겨 경기가 있기 전 남편에게 꿈 얘기를 전했다. 통상 인분이 나오는 꿈은 길몽이어서 꿈을 넘겼다고 했다. 꿈은 적중했다. 김 선수는 유리 멜시토프(카자흐스탄)에게 0.1점 차로 추격당했지만 마지막 한 발을 금빛 과녁에 명중시켰다. 황 씨는 "꿈값을 제대로 받아내야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부인 황 씨는 "남편이 꾸준히 노력해온 게 금메달로 돌아온 것 같다"며 "삼겹살과 소주를 좋아하는데 삼겹살을 실컷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둬야겠다"며 웃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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