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잘 봤냐" "잘 봤다. 오늘부터 두 다리 쭉 뻗고 자라."
심금을 울린(?) 대화가 오간 건 아니었다. 15일 중국 광저우 아오티사격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50m 소총복사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학만(34·상무) 선수와 부인 황혜경(31) 씨의 대화는 짧았다. 짧은 대화라 해도 평소 말이 없던 남편이었기에 기쁜 마음은 충분히 전해졌다. 부부는 의연했지만 온 가족은 '소원 풀었다'며 기뻐했다.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동메달 1개를 딴 뒤 국제대회와 이렇다할 인연이 없었고, 금메달을 딴 적이 없었던 김 선수였기 때문이다.
부인 황 씨는 "특히 아이들(세 쌍둥이) 돌에 맞춰 금메달을 따주니 감격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세 쌍둥이 민정, 동우, 동건이는 김 선수의 경기 중계 내내 울었다고 했다. 아이들을 봐주러 온 친구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부인 황 씨까지 경기를 못 볼 뻔했을 정도.
충남 천안이 고향인 김 선수는 고교 졸업 직전 상무에 하사로 입대해 지금까지 16년째 군복무와 사격 선수로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국군체육부대에서 상사로 복무 중인 김 선수는 주말부부로 가족들과 떨어져 생활해온 터라 가족애가 애틋하다는 게 부인 황 씨의 말이다.
올해는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부대는 성남에 있지만 올해는 대표팀 훈련 때문에 국가대표 사격훈련장이 있는 경남 창원에서 대구로 주말마다 오가야했다. 직접 승용차를 몰아 창원과 대구를 주말마다 오갔지만 체력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황 씨는 "그 정도로 성실해 '주말 개근상'을 줘야한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번 금메달은 사전 예보가 있었다는 게 황 씨의 귀띔이다. 황 씨는 경기가 있기 며칠 전 꿈에서 인분을 마구 집어삼키는 꿈을 꿨다고 했다. 좋은 꿈이라 여겨 경기가 있기 전 남편에게 꿈 얘기를 전했다. 통상 인분이 나오는 꿈은 길몽이어서 꿈을 넘겼다고 했다. 꿈은 적중했다. 김 선수는 유리 멜시토프(카자흐스탄)에게 0.1점 차로 추격당했지만 마지막 한 발을 금빛 과녁에 명중시켰다. 황 씨는 "꿈값을 제대로 받아내야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부인 황 씨는 "남편이 꾸준히 노력해온 게 금메달로 돌아온 것 같다"며 "삼겹살과 소주를 좋아하는데 삼겹살을 실컷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둬야겠다"며 웃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李대통령 지지율 54.3%로 소폭 하락…전재수 '통일교 의혹' 영향?
李대통령 "내가 종북이면 박근혜는 고첩…과거 朴정부도 현금지원했다"
'국비 0원' TK신공항, 영호남 연대로 뚫는다…광주 軍공항 이전 TF 17일 회의
'李 대통령 질타' 책갈피 달러에…인천공항사장 "무능집단 오인될까 걱정"
김어준 방송서 봤던 그 교수…오사카 총영사에 이영채 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