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긴급점검 대학병원 응급실] (상) 기다리다 지친다

'응급실은 인내실' 대기인원 수십명…입원까지 2,3일 걸려

대구지역 대학병원 응급실은 항상 환자들로 넘쳐나지만 응급실 의료진과 시설 부족 때문에 응급환자들이 제때 진료를 받기가 쉽지 않다. 정운철 기자
대구지역 대학병원 응급실은 항상 환자들로 넘쳐나지만 응급실 의료진과 시설 부족 때문에 응급환자들이 제때 진료를 받기가 쉽지 않다. 정운철 기자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작년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 2천 명을 대상으로 한 '응급의료서비스 인지도 및 만족도 조사'에서 전반적인 만족도는 42.6%로 2006년 25.1%, 2008년 38.8%에 비해 꾸준히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응급실 서비스 대비 비용 및 환경은 낮은 점수에 머물렀고 특히 대형병원 응급실 대기시간에 대해서는 '불만족스럽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환자는 넘쳐나지만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 2006년 응급실 환자는 809만여 명. 2008년엔 890여만 명으로 늘었다. 환자는 90만 명 가까이 늘었지만 같은 기간 응급의료기관의 진료병상은 6천400여 개에서 6천900여 개로 500여 개 늘었을 뿐이다.

◆응급환자 두고 병원끼리 다툼

2009년 중앙응급의료센터 통계에 따르면 응급환자 수는 한 해 동안 전국적으로 1천만 명을 넘어섰다. 대구 역시 2007년 37만4천여 명에서 2008년 37만6천여 명으로 증가했고, 2009년엔 41만9천여 명으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인력과 시설은 태부족이다.

그렇다면 대형병원 응급실로 몰려드는 환자를 분산 치료하면 응급실 병상이 모자라지 않을 텐데 왜 이런 일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대학병원 응급실뿐 아니라 전문병원 관계자들끼리도 말이 엇갈린다.

지역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은 의료서비스 중에서도 특히 공적인 성격이 강한데, 이것마저도 경쟁체제 속에 방치하다 보니 시설 및 인력 확충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응급실 의료수가가 낮아서 추가 투자를 꺼린다는 것.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환자도 검사 및 입원 등으로 이어져 병원 수익을 내기 때문에 시설이 부족한데도 다른 병원으로 보내지 않는다"며 "결국 환자를 볼모로 삼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생명이 위태롭지는 않더라도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그저 붙잡아두고만 있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환자들에게 중소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하면 '진료 거부'나 '무관심'을 들먹이며 거센 항의를 받는 실정"이라고 했다.

전문병원 한 관계자는 "응급 수술이 필요한데 수술실이 꽉 차서 도저히 진료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대학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일은 없다"며 "오히려 응급 환자를 보내달라고 로비라도 해야 할 처지"라며 하소연했다.

◆응급에서 입원까지 2, 3일 걸리기도

문제는 이런 이해관계 다툼 속에 환자들의 불만만 커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밤중에 복통에 시달려 대학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던 한 30대 여성은 "응급실 소파에 기대어 3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결국 진찰 결과 급성장염으로 나와서 주사를 맞을 수 있었다"며 "퇴원 후에 주위 사람들에게 하소연했더니 그 정도면 짧게 기다린 셈이라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응급조치를 받고 귀가하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입원까지 해야 할 상황이면 환자들의 고통은 더욱 극심해진다. 한 대학병원 응급실 관계자는 "요일에 따라 다르지만 항상 응급실 진료환자는 하루 평균 100여 명이고, 입원 대기인원이 30여 명에 이른다"며 "특히 5, 6인실을 원하는 의료보호 환자의 경우 응급실에서 입원까지 2, 3일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휴일 및 야간처럼 응급실 취약시간대는 더욱 심각하다. 응급실에 전공의가 상주하고 있지만 특정 진료과의 전문의까지 대기하는 경우는 없다. 환자는 고통을 호소하는데 의사는 당장 없다는 것이다. 과연 환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 응급실 전문의는 "휴일이나 야간에 전화를 걸어 전문의가 대기 중인지 문의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일단 응급실로 와서 접수한 뒤 의료진을 불러달라고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다른 의사도 "무조건 버티는 게 좋다"며 "일단 응급 상황이 발생해서 인턴이 전공의에게, 전공의가 전문의에게 상황을 알리고 나면 진료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수용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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