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작 영화 리뷰]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부

첫 편 이후 10년…성인이 된 그들, 빗자루 대신 '멜로의 마법'

'해리포터' 시리즈가 10년이 지나면서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2001년 개봉한 시리즈 첫 편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세계적으로 9억7천473만 달러(한화 약 1조1천95억원)를 벌어들였고, 국내에서도 425만 명을 동원했다.

당시 주연 배우들의 나이는 다니엘 래드클리프 12세, 엠마 왓슨 11세, 루퍼트 그린트 13세였다. 수천 명의 경쟁을 뚫고 책 속 주인공들의 앳된 모습으로 등장했다. 10년이 흐르면서 모두 20대에 접어든 성인이 됐다. 깜찍하던 엠마 왓슨은 숙녀 티가 역력하고, 귀여웠던 루퍼트 그린트는 수염이 숭숭한 총각이다.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아이들이 보는 판타지 가족 영화였지만 이제는 주인공들의 연륜만큼이나 정치적이며, 멜로가 있고, 터치도 어둡고 침침하다. 어쩌면 이게 더 '해리 포터' 다운지 모른다. 마법이란 원래 죽음을 먹고 자라 섭리를 부정하는 요술이기 때문이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부'는 '해리포터' 시리즈 마지막 편의 전편이다. 10년 만에 이른 대단원의 일곱 번째 이야기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부'는 개봉 첫 주 주말 미국에서만 1억2천501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2005년 '해리포터와 불의 잔'의 1억270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넘어서며 시리즈 최고 오프닝 성적 기록을 경신했다.

덤블도어 교장의 죽음 이후, 마법부는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점령 당하고 호그와트는 위기에 빠진다. 이에 해리(다니엘 래드클리프)와 론(루퍼트 그린트), 헤르미온느(엠마 왓슨)는 볼드모트(랠프 파인즈)를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이자 그의 영혼이 담긴 '성물' 호크룩스를 찾기 위한 위험한 여정에 나선다. 그러나 영혼이 연결되어 있는 볼드모트와 해리. 볼드모트를 파괴하면 해리의 목숨 또한 위태로워질지 모른다.

영혼과 우정이 깨어지고, 갈등은 더욱 깊어진다. 요정을 보며 깔깔 웃던 세 명은 이제 어두운 감정이 싹트고, 영혼 또한 갈피를 잡지 못한다. 론은 점점 가까워지는 해리와 헤르미온느 사이를 질투하고, 해리도 볼드모트와의 숙명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론의 상상 속에서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나신으로 키스를 하고 이를 지켜보는 론은 고통스러워한다.

무대도 호그와트를 벗어난다. 영국 런던과 리버풀 시내, 스코틀랜드의 산과 바다로 옮겨지면서 현실적인 음습함을 더한다.

마법의 힘으로 인간 위에 군림하려는 새 마법부의 모습은 2차 세계대전 시기의 독일 나치 정권을 연상시킨다. 볼드모트가 지배하는 마법세계는 순혈주의를 지향하는 사회다. 이 세계에서는 마법사는 우대하지만 마법을 못 쓰는 머글(인간)에게는 차별대우를 한다.

'불사조 기사단'부터 해리 포터를 연출해온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은 고난을 헤쳐 나가는 과정과 함께 희망도 보여준다. 회색톤의 스크린은 세 주인공이 갈등을 극복하는 중반을 넘어서면서 점점 밝은 톤으로 바뀐다.

특수효과의 기술 발달로 10년 전에 비해 그래픽 수준도 놀라울 정도로 정교해졌다. 해리와 죽음을 먹는 자들이 허공에서 마법 대결을 펼치는 장면이나 사상 처음으로 삽입된 애니메이션도 눈길을 끈다. 러닝타임이 146분이지만 결말을 향해 치닫는 속도가 시리즈의 어느 작품보다 빨라 지루할 틈이 없다.

그러나 용이 등장하는 대격전, 해리와 볼드모트의 일대일 대결 등 예고편에서 눈길을 끈 장면은 이번 편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후편에 대한 기대를 한껏 고조시키는 전편이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죽음의 성물 2부'는 내년 7월 개봉될 예정이다. 전체 관람가.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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