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기업사회 공헌에 國境(국경)은 없다

기업의 사회공헌을 이야기하자면 1952년 미국 뉴저지 법원의 'A.P.스미스사 재판'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재봉틀 회사였던 스미스사가 프린스턴대학에 1천500달러의 기부금을 낸 데 대해 바로우(Barlow)라는 주주가 "기업의 직접적인 이익과 무관한 곳에 기부를 하여 주주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뉴저지 최고법원까지 올라간 이 소송은 결국 "기부행위가 기업의 직접적 이익과는 무관하지만 사회적 책임의 범주로 인정된다"는 판결문을 통해 기업의 자선행위가 법적으로 인정받은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처럼 '착한 행위'로 인식되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이자 당연한 의무로 발전해왔으며, 단순히 이윤추구라는 경제적 성과로는 '초일류'라고 인정받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지난달 국제표준화기구(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가 기업, 정부, NGO 등 사회주체들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 관한 가이드라인인 'ISO26000'을 발표한 것이 좋은 예다. 이미 역사를 통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기업'으로 낙인 찍힐 경우 하루아침에 쓰러질 수도 있다는 교훈을 체득한 글로벌 기업들이 국제적인 기준에 의해 얼마나 착한지 평가 받게 된 것이다.

이를 반증하 듯 외국기업들의 훈훈한 사례들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가구를 파는 다국적 기업 '이케아'(IKEA)는 책상용 램프 하나가 팔릴 때마다 같은 램프를 유니세프에 기부하고 있고 엑손모빌의 경우 아프리카 지역 말라리아 퇴치에 수 년 동안 공을 기울인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2009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위 500대 기업들의 사회공헌 비용은 2조6천5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008년 대비 23% 이상 지출을 늘렸으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손뼉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없을 만큼 우리는 성장했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이며 다수의 글로벌 기업을 가진 나라다. '착한 기업'의 상징으로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기업이 더 늘어나야 한다. 물론 잘하고 있는 기업도 많다. 가까운 중국의 경우 삼성이 진행한 '1사1촌운동'은 대표적인 외자기업의 사회공헌사례로 중국 정부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SK는 중국판 장학퀴즈인 'SK장웬방'을 10년째 후원해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STX도 최근 아프리카 가나의 어린이들을 위한 이동도서관을 건립했고, 중국에서는 동베이(東北)지역 5개 대학과 연계한 장학금 지원, 초'중등학교 시설물 개'보수, 컴퓨터 설치, 어학강사 지원 등 다양한 글로벌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구촌 곳곳에서는 아직도 기업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곳이 많이 있다. 매년 아프리카에서 100만 명의 아이들이 질병과 기근으로 죽어가고 있고 지구 상의 수십억 인구가 하루 1달러가 안 되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적 약자를 찾아 돕는 일에 국경(國境)을 따지지 말자. 오늘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자국민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너무나 편협한 사고일 것이다. 소비자에겐 국적(國籍)이 있지만 제품엔 이미지만 있는 세상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더 '착한 기업'(Good Company)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굶주리고 아픈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음식과 약을 지원하고, 돈이 없어서 배우고 싶어도 못 배우는 젊은이들에게 책을 선물하고, 사막화 현상이 일어나는 지역에 나무를 심어주는 일에 우리 기업이 발벗고 나설 시기다.

기업의 글로벌 사회공헌활동은 나눔의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지만 이를 통해 국제사회와 공생할 수 있는 기업이야말로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김대유(㈜STX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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