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수도권 중심 시각에 분노한다

최근 서울 지역 언론들이 동남권 신공항 재검토설을 보도해 대구경북 지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9일자 지면을 통해 여권 관계자가 청와대와 정부 내에 꼭 필요하지도 않은 신공항을 굳이 서둘러 착공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며 부정적 기류를 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가 신공항 건설 계획을 재검토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

서울 지역 언론들의 보도 태도는 지역 여론이 반발하고 있듯이 수도권 중심적 시각에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을 백지화시키려는 저의가 있지 않은지 의심을 사고 있다. 항공 이용객들의 시간과 교통 비용 부담 개선, 수출입 물류 비용 개선 등 효과가 뚜렷하고 항공 수요도 충분한데도 이처럼 딴죽을 거는 자세는 균형 발전에서 홀대를 받아온 지방민들의 공분만 키우게 될 것이다.

이 나라가 수도권 중심으로 돌아가고 '서울 공화국'의 병폐가 지적된 지도 오래되었다. 그래서 국토균형발전과 지방 분권의 가치가 제기되었지만 이 정부 들어 그 같은 가치는 퇴색하고 수도권 규제완화 논리가 득세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대통령과 30대 대기업 총수 간 간담회에서 R&D센터를 서울이나 수도권에 설치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해 비수도권 지자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인재와 돈, 기업들이 갈수록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리고 지방은 죽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수도권에선 수도권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고 그 수익을 지방에 나눠준다는 식의 논리를 키워가고 있다. 우월적 지위에서 시혜를 베푼다는 자세로 지방을 대하고 문제가 생기면 질타하고 있다. 수도권 중심적 현실에 순치돼 있긴 하지만 지방민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분노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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