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배경은 이스탄불이다. 아직 그곳을 여행한 적은 없지만 흡사 1980년대 초 대구의 변두리 풍경을 보는 듯하다. 고등학교 다닐 무렵 동대구역 주변 모습도 이렇게 황량했던 것 같다. 아직 포장이 안 된 도로며, 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어 아무렇게나 자란 거친 잡초들이 우거져 있는 곳으로 작은 길이 나고, 전형적인 도시 변두리 개발 예정지의 모습이다. 하늘에는 전선이 어지러이 지나고 그 아래 처진 어깨의 한 청년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손에 든 가방의 무게 탓인지 기울어진 자세며, 얼굴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멀리서 봐도 울적하고 쓸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시간은 지금보다 천천히 흐르는 듯하고 시름 깊은 사연을 안은 듯 보이지만 그래도 불행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멀리 도시의 과밀한 지역과는 대조적으로 외따로 떨어진 허름한 집들이 사람 사는 온기가 깃들어 있을 것 같아 정겹고 평화스럽다. 우연인지 작가의 연출인지 모르지만 이런 장면에 마음이 끌리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나온 한때는 모두 그리운 것인지. 10년 전쯤 뮌헨 현대미술관에서 본 제프 월(1946년 캐나다 출생)의 이 사진에 대한 인상이 아직도 생생하다.
김영동(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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