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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같은 긴장감 속에서 찾은 '여백의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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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분도, 강윤정 전시회

칼날 같은 긴장감이다. 흰 종이를 평면으로 놓아두면 한없이 넓은 가능성으로 다가오지만, 측면으로 세우면 그 날카로움은 칼날보다 더하다.

작가 강윤정은 흰 종이를 수천 장 겹쳐서 그 단면을 보여준다. 빽빽하게 채운 종이 더미 사이에 일정한 간격으로 높이가 다른 종이를 한 장씩 끼워 넣는다. 일일이 수천 장의 종이를 자르고 본드로 붙여 세워서 작가가 보여주는 그 측면은 종이에 대한 낯선 경험이다. 노동집약적 작업 끝에 전혀 새로운 조형이 펼쳐진다.

갤러리 분도가 올해의 첫 전시이자 청년작가 프로모션 '올해의 작가'로 선정한 젊은 작가 강윤정의 전시회가 26일까지 열린다. 갤러리분도는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에 걸친 작가 중 '현대 미술에서의 진정성과 자율성의 일치'를 기준으로 '올해의 작가'를 선정한다.

종이를 일일이 세워 그 단면에 그림을 그린 작가의 작품은 홀로그램처럼 작품을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색감과 형상이 떠오른다. 종이 위에 붓이 지나간 자국은 보는 각도에 따라 떠오르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두 가지 색깔이 겹쳐졌다가 분리되면서 관람객들의 착시현상을 유도한다.

한국화가인 작가는 한지와 수묵에서 출발하는 동양 회화의 외연을 이어나가면서도 그것으로부터 일탈하는 성격의 작업을 해왔다. 여백을 중시하는 한국화에서, 그가 생각하는 여백은 종이와 종이 사이의 '틈'이다. "제가 보여주고 싶었던 '틈'은 공간적, 시간적, 관계적 의미의 포괄적 의미입니다."

벽에 붓을 들고 지나가듯 선을 그린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종이의 간격을 미세하게 다르게 표현해 관객들이 그 섬세한 변화를 읽도록 했다. 또 먹을 사용한 작품도 눈에 띈다. 먹의 느낌과 붓질은 살아있되 형식은 바뀌었다. 엄청난 수의 종이를 겹치고 색칠하고 배열한 결과로 나타나는 독특한 패턴은 이번 전시에서 좀 더 단순하게 진보했다.

윤규홍 아트디렉터는 "강윤정의 회화 설치 작업은 우리의 전통적인 회화와 현대의 개념 미술이 가로지르는 묘한 지점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그의 신작을 통해 현대 미술이 품고 있는 쾌적하고도 따뜻한 기운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053)426-5615.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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