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푸른농촌 희망찾기] 경북농업이 넘어야 할 여섯 고지

개방화와 국제화, 생산과 소비패턴 변화, 농촌인력 구조 변화 등 한국농업이 직면하는 여건 변화가 엄청나다. 양적 변화와 더불어 질적 변화도 전방위로 일어나고, 농업 내부의 격차 이른바 '농농격차(農農隔差)'도 심해진다. 기후변화나 기상이변, 구제역 등 가축질병도 수시로 발생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경상북도의 농업도 예외는 아니다. 농업 위기가 가까이 다가오고 어려운 과제도 많지만 한탄만 해서도 안 되며 희망의 끈을 놓아서도 안 된다.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선진농업으로 진입하기 위해 경상북도 농업은 다음과 같은 여섯 개의 고지를 넘어야 한다.

첫째, 경북농업은 식량의 안정적 생산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 국가적으로 식량의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쌀을 비롯해 과일'채소'축산'수산 등 농수산물을 두루 갖추고 있는 경북지역에서 생산기반을 확고히 다지는 것은 사회안정과 국가 안위와도 직결된다. 100년 만의 폭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도 상시화되고 있다. 국민의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경북의 역할이 매우 크다. 경상북도는 식량불안의 고지를 넘어 '식량안정 농업시대'를 앞장서 열어야 한다.

둘째, 기상재해나 병해충, 가축질병 등 농업분야의 위험요인에 대비한 지역단위 대응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폭설, 한파, 구제역 사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농업 분야 재해나 위험은 예측하기 어렵고 대형재난으로 확대되기 쉽다. 개방화와 교통발달, 환경변화로 지역 단위 작은 위험이 단기간에 국가적 재난이 될 수 있으므로 제대로 된 초기 대처가 중요하다. 금번 구제역 파동에서 신속한 초동 대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경상북도에서 전국 어느 지역보다 우선적으로 위기대비 기동반을 편성하여 농업위험 고지를 넘어서는 '위기대응 농업시대'를 열어야 한다.

셋째, 경북농업이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친환경'안전 농산물 생산체제를 정착해야 한다. 친환경 농산물의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경북은 전국 어느 지역보다 친환경적 농산물 생산에 유리한 지형과 기후 등 여건을 갖추고 있다. 시'군 단위 또는 몇 개의 시'군을 묶어 광역 친환경농업생산단지를 조성하고, 경북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믿을 수 있는 안전 농산물임을 전국적으로 인식시켜야 한다. 경상북도 농산물 브랜드만 보면 안심할 수 있는 '친환경농업' 시대를 열어야 한다.

넷째, 식품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포항의 과메기, 영양의 음식디미방, 안동의 제례음식 등 경북은 지역마다 특색있는 식품이나 특산물이 즐비하다. 농산물 가공을 활성화하고 식품산업을 중점 육성하여 도시민의 관광 수요와 연계한 지역 식품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 섭취를 넘어 건강, 교양, 사교, 문화적 소양을 높이기 위한 음식문화도 가꾸어 나가야 한다. '종가음식 대전', '외식타운 조성', '경북음식 베스트 10'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여 경북지역을 '식품산업의 메카'로 발전시켜야 한다.

다섯째, 경북농업은 '농업'에서 '농촌'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농업과 농촌이 농수산물 생산만을 하는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되며, '농촌개발'로 관점이 이동되어야 한다. 농촌지역이 농민의 일터를 넘어 국민의 휴양공간으로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이 경북 지역에도 23개소가 있다. 저수지의 둑을 높이고 수변을 개발하여 산책길, 운동이나 오락 공간, 주변경관을 즐기는 레저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물부족시대에 대비함은 물론, 지역개발과 연계하여 경상북도는 저수지와 낙동강을 활용한 '낙동강 농업시대'를 열어야 한다.

여섯째, 경북 농어업인, 농어민단체, 농어업 관련기관 종사자를 조직화하여 정예 농업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 기술 경쟁력도 중요하나 결국은 사람 경쟁력이다. 사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인력 조직화, 교육훈련 강화, 정보와 기술 축적, 인적 네트워킹을 강화해야 한다. 상공인의 모임인 상공회의소와 같은 농업인들의 모임인 '농업회의소'가 경상북도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사람 경쟁력은 생각과 행동의 선진화와 직결된다. 농가소득 정체, 인력부족, 비용상승 등 농업의 구조적 어려움은 경북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농업의 어려움은 반드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자. 수천년 내려온 농촌의 가난을 새마을운동으로 극복하였으며, 새마을운동의 발상지가 경북이다. 경북 농업인과 농업인 단체, 농림 공직자가 자신감을 가지고 창의적 발상으로 노력하면 새로운 '경북농업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다.

김재수(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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