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타이저가 넉넉한 '신세대용 밥상'이라고 할까. 연극 '옥탑방 고양이'의 느낌은 그랬다. 로맨틱 연극이라 하지만 코미디 장르에 가깝다. 취업이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88만원 세대의 상처, 애완동물 유기 등 사회 문제도 짚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살짝'이다.
극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재치 넘치는 웃음 코드다. 열쇠가 필요한 주인공이 전화를 하기도 전에 열쇠장이가 주인공 집에서 불쑥 나타나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에 관객은 배를 잡는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서울 토박이 남자와 대구 처녀가 우연히 집 주인의 이중계약으로 같은 옥탑방에 이사를 오게 된다. 두 주인공은 옥탑방을 놓고 옥신각신하다 서로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다. '옥탑방 고양이'는 사실 우리에게 친숙하다. 특히 2003년 김래원과 고(故) 정다빈 주연의 동명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줄거리만 보면 흔한 멜로드라마처럼 여겨지지만 이 작품은 줄거리보다 순간순간 상황이 재미를 주는 상황극이다. 배우들의 능청맞은 표정 연기와 행동,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입담 등이 흡인력을 높이는 것이다. 문화예술전용극장CT 전광우 대표는 "청춘남녀가 동거한다는 설정은 드라마와 같지만 전체 내용은 그와 판이하며 코믹적인 요소가 많이 첨가됐다"고 말했다.
관람 포인트는 단연 고양이들이다. 남녀 배우가 꼬리를 달고 고양이 역할로 나오는데 극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의 역할은 조연 이상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남녀 주인공의 조금 전 상황을 패러디한다거나 인간의 속성을 꼬집으면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러닝타임이 110분으로 다소 길지만 크게 지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단 10, 20대를 위해 특화된 연극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 같다. 전광우 대표의 소개를 빌리자면 전체적으로 템포가 빠르면서 심각하지 않고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젊은 연극이라 하겠다.
연극 '옥탑방 고양이'는 지난해 대학로에서 초연돼 평균 객석점유율 92%를 기록했고 지난해 10월 대구에도 상륙,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공연은 앙코르 공연으로 27일까지 문화예술전용극장CT(대구 중구 남일동) 무대에 오른다. 공연시간은 평일 오후 8시, 토 오후 4, 7시, 일 오후 3'6시이다.(1일은 오후 3시) 문의 053)256-0369.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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