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7년간 지역 미술 요람 동아미술관 사라지나

5월 이후 전시 취소…백화점측 "매장 리뉴얼 공사"…존폐여부 확정 안

27년 동안 대구지역 미술계를 지켜온 동아백화점 쇼핑점 내 동아미술관의 존속 여부가 미술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7년 동안 대구지역 미술계를 지켜온 동아백화점 쇼핑점 내 동아미술관의 존속 여부가 미술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7년간 미술계의 역사를 지켜온 대구 중구 동아쇼핑 내 동아미술관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처지에 몰렸다.

미술계에는 동아미술관이 올해 5월 18일 이후 전시 일정을 취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전시 계획을 잡으려던 작가들 사이에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한 중견 미술인은 "동아미술관에서 오랫동안 개인전을 해온 터라 올해도 전시를 계획했는데 불가능하다니 어리둥절하다"면서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역사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동아미술관은 1984년 개관한 이래 매년 40여 회 이상의 전시를 운영해왔다. 지금까지 약 1천 회 이상의 전시를 운영한 것이다.

화랑이 많지 않던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동아미술관은 미술의 새로운 경향을 소개하는 한편 대형 전시를 곧잘 선보이는 중요한 문화공간이었다. 1984년 '대구서양화 60년사' '베르나르 뷔페전' 1986년 '19세기 프랑스 회화전' 1987년 '세계 40개국 중견작가 초대전' 1989년 '샤갈 판화·포스터전' '세계현대작가 판화전' '1993년 루브르박물관 걸작 예술품전' 등 굵직한 전시가 잇따라 열렸다. 대구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데다 넓은 전시 공간으로 단순히 한 개 화랑 이상의 역할을 넘어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1992년 월북작가 이쾌대전을 열어 전국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후 동아백화점은 1996년에는 수성동아갤러리, 1997년 칠곡동아갤러리를 개관하는 등 미술관 운영에 활기를 띠기도 했다. 한때 5층 전관을 미술관으로 활용할 만큼 중요시했다. 요즘도 한 달이면 4천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전시를 관람한다.

동아백화점 관계자는 "매장 리뉴얼 관계로 전시 일정을 취소하고 있다"면서 "리뉴얼 이후 미술관의 존속 여부를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동아미술관을 계기로 역외 기업의 지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소홀하다는 지적도 되풀이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대구역사점, 상인점, 영플라자 등 점포를 3개나 운영하고 있지만 전시 공간은 단 한 군데도 없다. 롯데백화점의 대구 입성 당시 미술계가 전시 공간을 요구했지만 백화점 측은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반면 부산 서면점, 광복점에는 백화점 측이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의 경우 백화점 1층에 갤러리가 있다. 이는 지역 문화를 위한 백화점 측의 파격적인 배려다. 현대백화점은 대구 중구에 문을 여는 대구점에 약 160㎡(48평·18.6×8.6m) 규모의 갤러리 공간을 예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운영 계획은 아직 없다.

반면 대백프라자갤러리는 올해 개관 40주년을 맞아 대규모 기획 전시를 잇달아 열고 있다. 대구백화점은 전시공간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지역 미술의 중요한 거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백프라자갤러리 김태곤 큐레이터는 "기업의 문화에 대한 투자는 기업 메세나의 하나일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고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게 된다"고 말했다. 기업이 투자하는 전시공간은 단순히 상업 화랑 하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

하지만 예술인들이 역외 업체들에 대해 문화적 기여를 강하게 요구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업체들이 경제적 효율성이 낮은데 굳이 경제적 손실을 무릅쓰고 문화 공간을 만들 이유는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박병구 대구미술협회 회장은 "롯데백화점 개점 당시에도 미술협회 차원에서 전시 공간을 요구한 바 있다"면서 "동아미술관뿐만 아니라 현대백화점 등의 전시공간에도 관심을 기울여 요구할 것이 있으면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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