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조국을 배신한 체스천재

천재성과 광기는 '동전의 양면'일까.

'체스 천재' 바비 피셔(1943~2008)는 아인쉬타인의 IQ를 능가할 정도로 비범했지만, 괴팍하고 엉뚱한 행동으로 인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1943년 오늘,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 6살 때부터 체스를 독학했다.

14세 때 '미국 체스 챔피언십'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가 됐고 각종 대회에서 퀸이나 나이트를 일부러 버리고도 우승했다. 1972년 세계챔피언인 소련의 스파스키에게 도전해 승리하면서 미국의 자존심을 살린 영웅으로 대접받았다. 그 직후 승리의 중압감에 못이긴 탓인지 종교에 귀의하고 은퇴와 은둔을 반복했다. 그러다 1992년 미국 정부의 봉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유고에서 열린 스파스키와의 재대결에 참가했다가 수배자가 돼 전 세계를 떠돌았다. 자신이 유태인 출신임에도 히틀러에 심취하고 '9'11테러는 신선한 뉴스', '미국은 악의 축'이라며 미국과 유태인을 마구 비난했다.

마지막 정착지인 아이슬란드에서 병원 치료를 거부하고 죽었다. 마지막 남긴 말은 "인간의 손으로 고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였다. 광기가 번득이는 천재였다.

박병선(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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