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모喪 치르고, 고종 승하하자…夫婦가 함께 의연히 순절

안동 선비 이명우·권성 부부

권성이 세 아들에게 눈물로 쓴 유언
권성이 세 아들에게 눈물로 쓴 유언'계삼아'(戒三兒).

퇴계 후손인 이명우는 갑오개혁 전 마지막 과거시험에서 진사가 된 사람이다. 고향 안동에서 선비로 그리고 처사로 살아가려 했던 그에게 경술국치의 비보와 함께 이만도와 이중언의 단식 순국 소식이 들렸다.

그러나 고종 황제가 살아있고 부모가 생존해 있어 때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가족을 데리고 속리산으로 들어갔다. 그로부터 3년 만에 부친상과 모친상을 잇따라 치르고 고종마저 승하하자 자정순국의 길을 실천하기로 결심했다. 진작부터 남편의 뜻을 헤아리고 있던 부인 권성도 함께 떠나자고 했다.

1920년 섣달 밤 부부는 독약을 마시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충의(忠義)와 절의(節義)의 길을 떠난 부부는 여러 글을 남겼다. 비통사·분사·경고에는 나라의 도(道)가 무너지고 왜적에게 능욕을 당하면서 자결할 수 밖에 없는 충군애국의 심정을, 유계(遺戒)에는 자식들이 살아가면서 유념해야 할 지침을 담았다.

부인 권 씨는 한글로 쓴 다섯 편의 유언을 남겼다. 세 아들에게 눈물로 쓴 글과 두 며느리에게 전하는 애처로운 사연에다, 친정 동생과 시숙부·시동생에게도 남편을 따른 의부(義婦)의 길에 후회가 없다는 글을 남겼다.

심상훈 한국국학진흥원 연구원은 "소위 고관대작들이란 자들이 뭉개버린 민족의 자존심을 산촌에 묻혀 살던 한 선비와 그의 부인이 지켜냈다"며 "이명우·권성 부부의 순국 소식에 호서 유림을 포함한 1천여 명이 장례에 참석해 부부의 충절을 기렸다"고 전했다.

조향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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