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준 죄로,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형벌에 처해진다. 불 덕분에 사람은 추위에서 벗어났고, 동물들의 위협을 물리 칠 수 있었으며, 다양한 음식을 요리해 먹을 수 있게 됐다. 그런 까닭에 신화나 문학에서 불은 단순히 불이 아니라 '앎'을 은유하며,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기술 혹은 지식, 또 한편으로는 인간을 고통스럽게 하는 무엇을 상징한다.
살고자 했던 인간은 무엇이든 알아야 했다. 따라서 살고자 하는 욕구는 알고자 하는 욕구와 통하고, 알고자 하는 욕구는 인류가 환경의 규제에서 벗어나려는 욕구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원시시대부터 로마제국시대까지 서양의 지식인들과 문학가들이 프로메테우스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다양한 관점을 분석하고 소개한다.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프로메테우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게 변천, 발전했다. 어떤 관점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 즉,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독재자에 대한 저항자였다. 그런 점에서 현재 우리가 누리는 정치적 자유, 창조적 지식, 이성, 박애주의 등 이념은 제우스에 대항했던 프로메테우스의 저항행위에서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또 한편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자연의 변덕스러운 힘을 극복하는 기술 혹은 기술의 전달자를 상징한다. 그런가 하면 희극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잡혀서 벌 받는 게 두려운 겁쟁이로 묘사되거나, 신을 미워하고 인간에게 호의를 가진 반역자이자 사기꾼이며 정보의 달인으로 형상화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신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함으로써 인간과 신이 결별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인간으로 하여금 끝없이 고민하고, 노동하도록 만든 장본인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프로메테우스 신화와 문학을 통해 인류의 문화사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243쪽, 1만2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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